정갑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사진=김태형 기자)

[대담=이정훈 이데일리 편집국장·정리=마켓in 김성수 기자] “인구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공제회는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줘야하는 기관입니다. 결국 해외 자산 등 투자 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글로벌 금융기관 및 기관투자자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합니다.”

‘회원 수 92만명, 자산 74조원’(2024년 잠정치)을 이끄는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이 중 절반 이상(작년 61% 추정)을 해외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투자전략과 자산배분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줄어드는 인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미국 뉴욕 사무소 설치 등 현지 거점 확보를 통해 자산 관리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 사옥에서 만났다.

“글로벌 네트워킹 위해 ‘뉴욕 사무소’ 설치 검토중”

교직원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해외투자 규모가 약 36조원(전체 자산의 약 61%) 수준으로 확대됐다. 다양한 투자전략과 자산배분을 바탕으로 우량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한 결과다. 교직원공제회 해외 투자 규모는 지난 2018년 11조원(전체 자산의 42%)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이사장은 교직원공제회의 해외투자 양적·질적 내실 다지기를 위해 ‘해외사무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는 공개 유통시장이 없고, 비공개 정보 획득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대체투자 관련 비공개 정보를 획득하려면 물리적 교류를 확대해야 하는데 해외사무소를 만들면 현지와의 접점이 늘어나 효과를 얻게 된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해외투자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정 이사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기금운용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최초 해외사무소 진출 지역으로 미국 뉴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 국내 유관기관 등의 해외사무소(지사) 운영 사례 조사를 토대로 교직원공제회에 최적화된 해외 진출 방향 및 전략을 모색하고, 중장기적 운영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사업’ 더케이호텔 재개발, 후년 착공 목표

정 이사장이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The-K(더케이)호텔 서울 부지 재개발사업’을 앞두고 호텔 영업종료를 큰 잡음 없이 이끌어낸 것”이라고 답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사업비 7조~8조원’ 규모로 공제회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더케이호텔 서울(이하 더케이호텔) 부지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더케이호텔 서울 부지 재개발사업’ 조감도 (자료=서울시)

교직원공제회는 서울시와 협의해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 202번지(바우뫼로12길 70) 일대 호텔 부지를 대규모 ‘업무·상업 복합단지’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사업이 끝나면 대지면적 9만8820.8㎡ 규모 호텔 부지가 오피스, 호텔,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작년에 이 사업의 위탁운용사로 이지스자산운용, 국내 설계사무소로 해안건축사무소를 선정했다. 다음달 서울시와 협상조정협의회를 재개해서 연말까지 사전협상을 끝내고, 오는 2027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부지가 속한 양재지구 일대는 인공지능(AI) 및 R&D 혁신거점으로 개발하는 계획이 수립돼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건물 용도, 주변 환경 조성 등 구체적 개발 계획을 서울시와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철저히 준비해서 서울시와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 모두에 이익이 되도록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산 74조 달성’ 예상…주식 줄이고 인프라 늘린다

교직원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회원 수 92만명, 자산 74조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산규모는 ‘2024년도 자산운용 목표’에 나온 총 자산 69조2000억원에서 약 7% 증가한 수치다.

또한 세전 당기순이익 1조원, 준비금적립률 112%를 웃도는 우수한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비금은 회사가 장래 생길 수 있는 필요(자본의 결손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 두는 재산을 말한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1조원에 이를 경우 △2022년 4374억원 △2023년 8996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게 된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흑자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그 비결로는 위험조정 수익률이 양호한 선진국 자산 중심의 ‘분산투자’를 꼽았다. 정 이사장은 “전세계 자산가격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선진국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지속적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변동성 높은 주식 비중은 적정하게 유지하고, 채권 대신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기금운용자산 보유 목표’도 작년 수치에서 다소 조정했다. 주식 비중은 전년도 목표 대비 소폭 축소(17.4→17.1%)하고 대신 채권(11.9%)과 인프라(17.8%) 투자를 각각 전년도 목표보다 0.3%포인트(p)씩 높여잡았다. 다변화된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업금융’ 비중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26.2%)한다.

(자료=교직원공제회)

조직개편 단행…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세분화

세부 투자전략을 보면 ‘금융투자 부문’의 경우 글로벌 투자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펀더멘탈이 우수한 기업 및 우량채권에 선별 투자해서 ‘유동성’과 ‘안정적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기업투자,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의 경우 대출 및 세컨더리 전략 등으로 안정적인 배당수익 증대를 도모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이 기존에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회사 주식을 다시 인수하는 펀드를 말한다.

정 이사장은 기금운용 부서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작년 7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 대체투자부를 ‘부동산투자부’와 ‘인프라투자부’로 세분화·전문화했다.

부동산 투자 부문의 경우 글로벌 환경 및 수요 변화, 현금흐름 발생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서 투자 섹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특히 선진국 위주의 데이터센터, 물류, 생명공학(라이프사이언스) 등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뉴 이코노미’ 섹터에 추가적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프라 투자 부문의 경우 좋은 투자 기회가 있으면 국내·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인프라’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이 기대되는 자산이어서다.

정 이사장은 “국내 인프라 투자 기회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서 해외 인프라 자산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으려고 한다”며 “특히 탈탄소화·인공지능(AI) 혁명·디지털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에너지 발전, 송배전망, 통신타워 등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우량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취임 2년 차를 맞은 소회를 묻자 “교직원공제회의 중요성과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무난한 취임 1년 차를 보낸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92만 회원과 공제회 임직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갑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1950년생 △경남고등학교, 울산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울산대학교 산업관리공학 석사 △제 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 18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제 19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 △지식재산단체 총연합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