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에 걸친 잣나무 사랑…대한민국 숲의 역사가 되다
- ■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22)
- 강원 평창 봉평면 잣나무숲,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 1910년 박언섭 선생이 이 일대 조림하면서 숲의 전설 시작
- 박상원·박동락·박정희·박기현 대이어 수백㏊ 잣나무숲 가꿔
- 박정희 회장 “숲을 자연·기후·생태·재난교육의 장으로 전환”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잣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평창=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한반도의 지붕으로 불리는 강원도 평창군에는 빼어난 산과 숲이 많다. 산은 높고 골은 깊으니 당연히 빼어난 숲도 있기 마련이다. 4월의 평창은 화창한 봄을 맞아 기지개를 피는 식생들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었고, 봉평면으로 가는 길에는 메밀 꽃밭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소설가 이효석의 고장이다. 그가 1936년 ‘조광’ 10월호에 발표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봉평을 지금까지도 전국에 홍보하고 있는 매개체이다. 봉평 주민들은 일정 지역을 정해 메밀을 심고 꽃을 피우며 매년 축제를 열어 지역을 알리고 있다. 하얀 보석을 흩뿌려진 듯한 메밀꽃은 8월부터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해 9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잣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봉평읍을 조금 지나니 붓꽃섬이 나왔다. 예부터 붓꽃이 많이 자생했다는 섬이다. 붓꽃섬 양옆으로는 무이천과 흥정천이 흐르지만 길 같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섬이라 부르기에는 어색할 정도였다. 9만 9000여㎡ 면적의 섬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캠핑장이 조성돼 있었다. 붓꽃섬 캠핑장이다. 붓꽃의 영어 이름을 따 아이리스 캠핑장 혹은 아트인 아일랜드로 불린다.캠핑장을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태기산 자락이 보였다. 200~300㏊(60만~90여만평) 규모의 산들에는 울창한 잣나무숲이 조성돼 있었고 일부는 자작나무와 낙엽송 등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방문객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의 잣나무숲은 5대(代)에 걸친 독림가(篤林家)의 헌신과 열정, 사랑의 힘으로 가꾼 우리나라 산림의 역사이자 전설이다.

2024년 산림명문가로 선정된 ‘박동락 가문’. 박정희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왼쪽)과 박기현 평창숲농원 대표가 잣나무숲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박언섭 선생, 1910년부터 평창서 나무 식재…일제의 약탈적 조림에 항거숲의 기원은 박언섭(1883~1961년) 선생이 1910년부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산에 소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당을 운영하는 등 평생 교육자로 살아왔던 박 선생에게 일제 강점기는 견디기 힘든 시절

박언섭 선생. (사진=박기현 평창숲농원 대표 제공)
이었다. 그는 일제 주도하에 우리 국토가 조림되는 것을 보고 못마땅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밭에 솔씨를 뿌려 양묘한 것으로 산을 가꿨다.박 선생의 뒤를 이은 박상원(1901~1950년) 선생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조림에 동참했고 이 일대가 잣나무 식생에 좋은 땅이라는 것을 알고, 잣나무를 집중적으로 조림했다. 특히 조림에 가풍과 자녀 교육을 접목했다. 박상원 선생은 아이가 태어나면 좋은 잣나무를 별도로 심었고 그 전통은 4대째 이어지고 있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집안에 큰 아픔을 주었다. 전쟁 기간 동안 박상원 선생은 행방불명됐고, 뒤를 이은 박동락(1932~1999년 ) 선생은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딛고, 잣나무 조림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자신의 수필 ‘잣나무의 그늘’를 통해 잣나무와 아버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고, 선친이 그랬듯 자신도 아들 박정희씨가 태어난 1962년에 최고의 잣나무를 탄생목으로 식재했다.

박정희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이 강원 평창 봉평의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에서 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5대째 이어지는 나무 사랑…숲과 자연을 현장 교육으로 가풍 계승현재 (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이자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희 회장은 “대를 이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면서 “그간 숲을 활용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했고 그 결과 숲을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숲은 자연의 교육이자 생태 교육으로 모든 학습의 근간은 자연의 교육”이라고 전제한 뒤 “기후위기는 곧 생태위기이다. 생태위기는 결국 숲이자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숲을 교육의 장으로 전환해 자연과 생태, 재난이 무엇인지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나라 산림에 닥친 현실적 위기다. 박 회장은 “기온 상승과 함께 산림 병충해 등이 창궐하면서 우리나라 잣나무 수확량의 80% 이상이 줄었다”면서 “이제 잣은 강원 평창 등 일부에서만 대규모 재배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도 한시적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예측이다. 그는 “기후 변화로 한 20년 정도 후에는 이곳 평창도 잣 생산이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박 회장 등 산주와 임업인들, 산림청이 제시한 대안은 바로 ‘산촌활력 특화사업’이다. 산촌을 휴양과 교육,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 현재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각 지자체 신청을 통해 잠재력 있는 다양한 산촌마을을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제 숲을 지키는 것은 산주나 임업인을 위한 사적 영역에서 벗어났다”며 “숲의 공익적 기능은 공공재로 국가가 직불금과 장려금 등을 통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제 임업은 임산물 생산을 비롯해 휴양과 교육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평창 봉평의 잣나무숲 내 조성된 자작나무 숲길. (사진=박진환 기자)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이어 지난해 산림명문가로 선정 ‘영예’현재 이 잣나무숲은 박 회장의 아들 박기현 평창숲농원 대표가 주도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박 회장이 임업인총연합회 및 산림경영인협회 등을 맡으면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최근에는 그간 식재했던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자작나무 수액은 항염, 항노화 등에 효과가 있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강원 평창에서 산림을 모범적으로 경영해온 박동락 가문을 ‘산림명문가’로 선정했다. 또 2023년에는 잣나무숲 중 일부(22㏊ 규모)를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지정했다. 잣나무숲 아래에선 표고버섯이 한창 자라고 있었다. 청량한 피톤치드를 맡으면서 시원한 자작나무 수액을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었다. 5대에 걸친 나무와 숲, 산을 사랑하는 임업인과의 만남은 반가움과 놀라움,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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