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어쿠스틱 라이프[툰터뷰]

입력시간 | 2025.02.23 오전 8:00:00
수정시간 | 2025.02.23 오전 8:00:00
  • 15년째 연재 중인 일상툰…난다 작가 인터뷰
  • "육아, 이면은 괴롭지만 벅차고 행복하다고 느껴"
  • "우울증 있다면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도움 필요"
  • "작년부터 로맨스물 즐겨…언젠가 단편 그리고파"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웹툰 장르 중에 ‘일상툰’이라는 게 있다. 일상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것.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런 내용도 만화가 될 수 있다니’라며 우습게 여길 수 있지만,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버무려내야 하기에 작가의 능력이 그만큼 더 중요할 수 있다. 누구든 일상이 연재 주기에 맞춰 큰 놀라움을 자아내는 일들의 연속인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어쿠스틱 라이프는 2010년부터 연재 중인 장수 일상툰으로, 다른 사람이라면 자칫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작가 특유의 시원시원함과 냉소적인 태도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게 매력이다. 작가가 서른다섯살부터 연재를 시작했기에 초반부터 작품을 봐 온 독자들은 그의 신혼과 임신, 출산, 육아까지 모두 지켜보며 그를 응원해왔다. 작가의 남편이 게임 개발을 하겠다며 회사를 관뒀을 때 팬들은 작가의 랜선친구를,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랜선이모를 자처했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 표지(이미지=카카오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다른 매력을 꼽으라면 바로 그림이다. 그림체는 언뜻 보면 색연필로 가볍게 슥슥 그려낸 듯한 느낌이지만 미묘한 표정 변화나 색감 등에서 작가인 만의 감각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이다. 대충 그린 것 같은데 사실 기본기가 탄탄한 전공자 만의 느낌이랄까. 작품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오래 전 연재를 중단한 스노우캣도 떠오른다. 연재 초반엔 거칠었던 그림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매끈하고 이쁘게 다듬어지는 것도 지켜보는 재미 중 하나다.

지친 하루를 보낸 어느 저녁, 무심코 보다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할 줄 알고, 겸손한 태도를 지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그가 그려보고 싶다는 로맨스물도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난다 작가이기 때문이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벌써 15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느낌은. 연재를 거듭할수록 좋은 점은 무엇이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15년은 아닌 것 같은데 싶어서 계산해보니 맞군요. 충격입니다. 중간에 휴재 기간이 길어서 저에게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막상 숫자로 보니까 살짝 책임감이 듭니다.

연재를 거듭할수록 와닿는 좋은 점은, 지난 에피소드의 실수를 보완하거나 미숙했던 관점을 고쳐나갈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 연재하는 생활 만화의 장점인 것 같아요. 도토리 문화센터를 완결할 때는 그 점이 정말 괴로웠거든요. 이대로 이야기를 끝내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정말 무서웠어요. 어려운 점은 늘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때도 마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특유의 개그 코드가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만화에서 밝혔는데, 어쿠스틱 라이프의 개그코드를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정말 안심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장난을 치는 편입니다. 섣부르게 농담 걸었다가 분위기 싸해지고 멀어진 관계가 많아서…. 개그 치고 집에 와서 그건 좀 그랬나, 나한테 실망하는 거 아니겠지 하고 곱씹을 만큼 조심스러운 관계로 여겨지면 처음부터 도전을 안 하는 편이에요.

△연재 초반 난다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았을 때 왠지 딩크족을 선택하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막상 출산 이후에는 육아를 자유로우면서도 재미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출산과 육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요.

육아가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만화에서 그려진 부분의 괴로운 뒷면이 무척 많아요. 그럼에도 저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벅차고 행복하다고 여기고 있고요.

저출생 문제에 개인이 책임감이나 부채감을 가질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최선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기만 해도 만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작화에서 우울증을 고백해서 좀 놀랐습니다. 작품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나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제 주변에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울증 자체가 이상하거나 놀랍진 않았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졌어요. 물론 힘은 들었지만요. 오히려 일을 할 때 마음이 진정됐어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루틴이 있다는 게 소중하게 느껴졌고,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에는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혼자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의 상태라면 다행이지만, 어렵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좋아요. 평소의 판단력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주거든요. 병원을 여러 곳 예약하셔서 비교해보고 잘 맞는 곳을 고르시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 해결 방식들도 우울증이 깊을 때 당사자는 거의 떠올리지 못하니까 주변에서 기억해두고 도와주시면 좋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병원 예약 같은 간단한 일도 단계가 많고 버거워서 포기하기 쉬우니까요. 특히 정신과는 예약이 늘 차있는 상태라서 더 그렇죠.

△쌀이의 그림을 등장시킨 적이 있는데요. 쌀이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쌀이가 만화가가 된다면 제가 늘 염불하던 동네 친구 만화가가 생기는 셈이니까 좋네요. 동료가 느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뒤늦게 뮤지컬 덕후(마니아)가 되었다고 만화에서 공개했는데요, 요즘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나요. 최근에 본 뮤지컬 중에 가장 재밌었던 뮤지컬은 뭐였나요.

연재 중에는 막 달리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제 한동안 휴재 기간이라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최근에 봤던 뮤지컬 중에서는 ‘시데레우스’와 ‘해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해적에서 ‘육지에선 비틀거려도 바다에선 큰 소리로 웃는 해적들’이라는 가사에 엄청나게 위로받았어요.

최근 완결작 도토리문화센터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화가 모두 결정되었는데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이다보니, 애니메이션화나 드라마화가 되면 제가 만든 것보다 훨씬 재밌어서 원작도 좀 같이 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소재가 있다면요.

제가 어릴 때는 로맨스물에 관심이 없다가 작년부터 즐기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사랑에 대해서 너무나 애송이였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좀 더 많은 것들을 읽고 경험한 뒤에 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서 단편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제가 데뷔 전에 막 굴을 파고 있을 때 개인 블로그에 ‘당신 만화는 정말 재미있고 이건 한치의 의심도 없는 진실이다’라는 맥락의 긴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단호함이 너무도 잘 느껴져서 저도 막 스스로를 믿게 되더라고요. 내 만화 재밌구나, 이거 진실이구나, 하고요. 가끔씩 그분을 생각해요. 아직도 내 만화 보고 있는지, 혹시 실망하지는 않았는지. 늘 그분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립니다. 지금은 블로그가 사라져서 그 댓글을 찾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캡처라도 해둘 걸 후회돼요.

웹툰 도토리 문화센터 표지(이미지=카카오웹툰)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K푸드’, ‘K패션’ 등 ‘K’는 한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웹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의 웹툰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이데일리는 또 하나의 ‘K’ 신화를 만들어 갈 국내 웹툰작가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합니다.[편집자 주]

김혜미 기자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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