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한때는 나도 괜찮았다. 아주 잘 생기진 않았지만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고 매너도 괜찮은 편이었다. 때로는 수줍게 고백해오는 후배도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이 되니 모든 게 다 바뀌었다.

네이버웹툰 마흔즈음에(이미지=네이버웹툰)

서쿤스 작가의 ‘마흔 즈음에’는 어쩌다 보니 마흔 살이 돼 버린 미혼 남성 성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민은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나간 소개팅에서 나의 현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상대방은 겨우 한 살 차이면서 본인은 30대임을 강조하고, 예의상 애프터 신청을 했는데 거절한다. 게다가 카페를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 “내가 안나간다고 했지? 완전 늙었잖아!” 황당하지만 지금의 나를 돌아보니 어느새 배불뚝이 아저씨가 돼 있었다.

첫 화부터 강렬한 마흔 즈음에는 등장하자마자 인기순위 1~2위를 다투는 웹툰이 됐다.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들은 너무나 크게 공감하고, 20대 독자들은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진 게 많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나이 40에 가까워졌다면 결혼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

작가는 40대 남성이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늦었다는 압박감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식탐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등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변화해가는 성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재 초반 불륜남으로 오해받고 와인 동호회에서 꽃뱀에게 당할 뻔 하는 등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성민은 과연 짝을 찾게 될지 궁금해진다.

-‘마흔 즈음에’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이 작품은 점점 늘어나는 비혼 인구, 특히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년 남성들의 삶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린 시절 만화를 즐기던 독자들이 이제는 중년이 됐지만 현재 웹툰 시장은 주로 10~2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그들에게 맞는 콘텐츠는 드물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때 만화를 사랑했던 그 세대가 다시 웹툰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나아가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화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우리 만화 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여전히 20대 청춘의 마음으로 매 회차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인기를 예상했다기보다는 그저 진심을 담아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쳤고,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해 주신다면 그보다 더 바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각 화마다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현실감 있는데 본인 경험도 담겨있나요.

△독자분들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마다 제가 바라본 세상과 감정들이 누군가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작은 책임감과 함께 진심 어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평소에 관찰력이 좋은 편이라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 혹은 일상 속 작은 상황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걸 즐깁니다. 주변 인물들의 경험이나 사회적 이슈, 다양한 매체에서 접한 장면들 속에서 인상적인 지점을 기억했다가 제 나름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죠.

물론 완전히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고요. 제 이야기나 감정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40대 남성이 이성과 만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40대 남성이 이성과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늦었다는 압박감에 휩쓸려 조급해지지 않고, 외적인 조건이나 물질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진심 어린 대화와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가 관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작가 본인의 결혼에 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며 긴 시간을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서쿤스 작가(사진=네이버웹툰)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웹툰에서 꾸준히 피력하는 것 같습니다.

△웹툰 속 주인공 성민이의 자기관리는 사실 제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온 것입니다. 저 역시 아침에는 공복 상태로 계단 오르기를 통해 하체를 단련하며, 푸시 업과 플랭크, 스트레칭을 병행해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방울토마토와 계란을 아보카도 오일에 볶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듬뿍 뿌린 후 브로콜리와 함께 섭취합니다. 쌀은 카무트, 귀리, 흑미로만 구성해 식이균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만화가는 장시간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직업이기에 꾸준한 자기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면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 하루 8시간 수면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만 마감 일정이 촉박할 때는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아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명상과 같은 정신적 훈련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연재 초반이긴 하지만 주인공 성민이 아직까지 예쁜 여자를 쫓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이런 생각이 달라지게 되는 걸까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이성의 스타일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남자든 여자든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외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외모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면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이나 다른 매력적인 요소에 더 끌리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흔 즈음에’는 하이퍼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성장 드라마로, 주인공 성민이가 자신의 가치관과 감정을 발전시켜 나가는 초반부에 있습니다. 앞으로 성민이의 변화 과정을 재미있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성이 볼 때 여성에게 좋은 남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여성에게 좋은 남자는 무엇보다도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며 함께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일관성이 없거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남자라면 한 번쯤 신중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말은 정해져 있나요.

△지금은 주인공 성민이가 삶의 여러 시련을 겪고 있는 시점이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과 변화를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성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러한 변화와 성장을 보여줄 에피소드들을 여러개 준비했습니다. 독자분들이 성민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의 전개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 초반 기획 단계에서 결말까지의 큰 줄기는 마련했지만 창작이라는 작업이 늘 그렇듯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주될 여지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구조 안에서 균형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백 또한 고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