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영국 런던 심장부 트라팔가 광장 인근에 있는 120년 전통의 극장 콜리세움. 약 2300석을 갖춘 웨스트엔드 최대 규모 극장 중 한 곳인 이곳에선 연일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건너온 K뮤지컬’이란 이채로운 정체성을 지닌 공연을 향한 현지 관객의 뜨거운 환대다.

국내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커튼콜 순간마다 연출되는 풍경이다. 신 대표는 공식 개막일이었던 지난 24일(현지시간) 커튼콜 무대에 직접 올라 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브로드웨이에 이어 웨스트엔드 입성 꿈까지 이뤄낸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Johan Persson)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Johan Persson)

◇누적 매출 1000억 목전…美 성공 이어 英 입성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발표한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동명 소설을 각색해 뮤지컬화 한 ‘위대한 개츠비’는 신 대표가 아시아인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지난해 4월 무대에 처음 올렸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개막 후 빠르게 인기작으로 자리 잡아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제77회 토니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어느덧 개막 후 1년이 흐른 가운데 ‘위대한 개츠비’ 누적 티켓 판매액은 1000억원(지난 13일 기준, 약 974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웨스트엔드에서도 초반부터 기세가 좋다.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프리뷰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티켓 오픈 후 일주일 동안에만 티켓 매출 90억원을 돌파했다. 공식 개막일에 극장 앞에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 현장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운집해 ‘위대한 개츠비’를 향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의 커튼콜 객석(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Johan Persson)

고전 명작을 뿌리에 둔 작품이자 스타 배우들이 주요 출연진으로 포진해 있다는 점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지점이다. 극장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관객 자스민 씨는 예매 이유를 묻자 “원작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40대 여성 관객 엘리 씨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진 친숙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이라 흥미가 생겨 티켓을 예매했다”고 말했다.

‘물랑루즈’, ‘그레이트 코멧’, ‘레 미제라블’ 등 다수의 뮤지컬과 TV 드라마에서 활약한 배우 제이미 무스카토가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으로 출연해 티켓을 구매했다는 관객들도 꽤 많았다. 브로드웨이 공연에 이어 ‘스타 캐스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Johan Persson)

◇‘K 감성’ 더한 화려한 무대에 뮤지컬 본고장 ‘열광’

뮤지컬로 재탄생한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절정의 호황기를 누린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오랜 시간 동경한 여인 데이지 뷰캐넌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러닝 타임은 인터미션 15분 포함 150분. 대형 LED와 다채로운 조형물 및 무대 장치를 활용해 풍성하고 화려하게 꾸민 무대에서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한결 더 명료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작품의 넘버는 시대적 특성을 반영해 활기찬 재즈 음악을 뼈대로 삼아 구성했다. 서아프리카 춤을 연상케 하는 찰스턴 무브, 탭댄스, 보깅 등 다양한 장르를 배합해 짠 시원시원한 군무를 역동적으로 선보여 보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공연의 백미는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펼쳐지는 호화로운 파티 장면. 작품을 위해 준비한 시청각적 재미 요소를 총동원해 ‘도파민 폭발’을 일으킨다.

개츠비의 열렬한 사랑을 웅장하면서도 감성적인 음악에 녹인 ‘포 허’(For Her)처럼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넘버도 있다. ‘포 허’는 객석 반응이 특히 뜨거웠던 넘버 중 하나로, 음악 스타일과 무대 구성이 마치 오디컴퍼니의 대표작 ‘지킬앤하이드’의 시그니처 ‘지금 이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위대한 개츠비’가 ‘K감성’을 품은 작품이란 걸 실감케 한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공연 중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 콜리세움(사진=김현식 기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웨스트엔드 공연 개막 레드카펫 행사(사진=김현식 기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공연 중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 콜리세움(사진=김현식 기자)

각각 개츠비와 데이지를 연기하는 제이미와 프랜시스 메일리 맥캔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제이미 무스카토는 섬세한 연기와 깔끔한 음색으로 야심가이면서도 순애보 사랑을 품을 채 살아가는 개츠비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프랜시스 메일리 맥캔은 풍부한 표현력으로 데이지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 찬사를 받았다.

‘위대한 개츠비’ 웨스트엔드 공연은 오는 9월 7일까지 약 5개월간 리미티드 런으로 진행한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종료일을 따로 정해두지 않은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 이로써 세계 뮤지컬 시장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K뮤지컬이 동시 상연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신 대표는 현지 극장 관계자들과 9월 이후 공연 일정을 긍정적으로 조율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위대한 개츠비’의 ‘그린 라이트’가 웨스트엔드를 덮어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