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9년 8월 8일 새벽. 한 모텔에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카운터에 앉은 종업원에 반말로 “모텔비 얼마냐”고 물었고, 종업원은 느닷없는 반말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 손님은 숙박비를 가지고도 시비를 걸다가 ‘후불로 주겠다’며 객실로 들어섰다.

한강 토막 시신 사건의 범인 장대호. (사진=연합뉴스)

불쾌한 경험이었지지만, 종업원은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생각을 했다. 손님을 죽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 손님은 나흘 뒤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몸통’이 떠오른 모습으로 발견됐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이다.

범인은 장대호(당시 38세). 몸통이 발견된 이후 손님의 팔과 머리 등 훼손된 시신이 줄줄이 발견됐고, 장대호는 더이상 범행을 숨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자수했다.

범행 수법은 잔혹했다. 손님을 살해한 장대호는 시신을 쉽게 유기하기 위해 토막 내고 4일에 걸쳐 한강에 버렸다. 장씨는 회고록에서 “몸통이 가장 무거웠기에 한강에 버리면 곧장 가라앉을 줄 알았다”며 “‘풍덩’ 하더니 몸통이 물 위에 떠올랐다. 아뿔싸 외쳤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행 열흘 뒤 장대호는 구속됐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에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고 돌발 발언을 하고,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것”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했다.

1심 재판부는 반성하지 않는 장씨에 “피해자와 사법부까지 조롱하는 듯한 태도는 피고인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만이 죄책에 합당한 처벌”이라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2020년 4월 16일 무기징역을 유지했고, 그해 7월 29일 대법원도 이를 확정하며 장씨는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한편, 장씨는 교도소에서도 교도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장씨는 검찰총장을 상대로 등사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검찰총장이 2022년 2월 3일 항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이 항소장 부본이 2022년 3월 7일에 송달되자 장씨는 교도관에 “항소장을 왜 이제야 주느냐”며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교도관의 코를 들이받고, 이를 저지하는 교도소 교사의 손가락을 꺾고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상해를 입혔다.

결국 장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진지하게 반성하거나 참회하지 않고 교도관에게 욕설을 하는 등 수형생활을 임하는 태도가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