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제보 있었다"...미제로 남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 [그해 오늘]

입력시간 | 2025.07.11 오전 12:02:00
수정시간 | 2025.07.11 오전 12:02: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보육교사 살인 사건이 16년째 미제로 남아있다.

법원이 6년 전 오늘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 박 모(당시 50세)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2009년 2월 8일 새벽 제주시 애월읍 한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시신이 발견됐다. 해당 시신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 모(사망 당시 29세) 씨였다.

이 사건은 시신 발견 장소와 10년 넘게 미제라는 점이 ‘이춘재 사건’과 닮아있어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렸다. ‘살인의 추억’은 해결되지 않은 경기 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그 이후 사건의 범인이 이춘재라는 사실 범행 33년 만에 드러났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 재조사에 나선 제주 경찰이 사망 시점을 밝혀 내기 위해 2018년 1월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에서 돼지를 이용한 부패 실험을 하는 모습 (사진=제주경찰)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 씨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건 그해 2월 1일이다.

이 씨는 실종 전날 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남자친구 집으로 향했는데, 3분 만에 싸우고 나와 휴대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그게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실종 5일 뒤 이 씨의 지갑과 휴대전화, 수첩 등이 들어 있는 그의 가방이 발견됐고 그 이틀 후 배수로에서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휴대전화가 꺼지기 직전 택시를 탄 점을 토대로 택시기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도내 택시기사 5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 박 씨가 이 씨를 택시에 태우고 사건 당일 시신 발견 지역을 지나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경찰은 DNA 등 직접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장기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경찰은 이듬해 미제사건 수사팀을 신설해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 씨 사망 추정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돼지와 개의 사체에 옷을 입혀 당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과학수사도 펼쳤다.

또 증거물을 재감정해 이 씨가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한 섬유를 박 씨의 택시에서 발견하는 등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2018년 5월 경북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긴 박 씨를 체포했고, 검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박 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내세운 증거들이 ‘정황증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제시한 미세섬유 증거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미세섬유는 당시 대량 생산된 것으로 박 씨의 택시에서 나온 미세섬유와 피해자의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승객이 남긴 섬유 조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동물 털, 미세섬유 증거 및 CCTV 영상과 그 분석 결과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전제해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선고 직후 박 씨는 “처음부터 다 억측으로부터 시작됐고, 모든 과정에서 재판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로 저한테는 전부 족쇄 같은 존재들이었다”며 “제 생활하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고,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무죄 판단은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및 그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무죄를 확정받은 박 씨는 제주지법에 7700만 원 상당의 형사보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형사보상은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거나 재판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사람에게 국가가 손해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이 미제로 남으면서 일각에선 초기 수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피해자 이 씨의 가방이 발견된 직후 또 다른 택시기사는 경찰에 ‘2009년 2월 1일 새벽 3시에 피해자의 남자친구 집 근처에서 피해자와 비슷하게 생긴 20대 여성을 태웠고 10분 정도 걸려서 3㎞ 이동해서 한 어린이집 앞에 그 여성을 내려줬다’고 제보했다.

실제로 어린이집 CCTV에는 새벽 3시 12분께 택시가 10초간 멈췄다 출발하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박 씨는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피해자를 태우지 않았다고 경찰 수사 초기부터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사건 심리를 맡은 제주지법 형사2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피해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성 승객을 태웠다는 다른 택시기사의 제보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운전한 차량 또는 택시에 탑승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지혜 기자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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