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오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호실적을 예상하며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신형 AI칩 ‘블랙웰’이 최근 내부 결함으로 공급 지연을 겪은 만큼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어떤 전망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AFP)

25일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2025년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이 380억8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85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5억8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칩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부터 블랙웰 AI칩 매출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작년 3분기 블랙웰 출시를 예고했다가 성능 문제로 출시를 지난해 말로 미룬 바 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본 지출 증가에 힘입어 블랙웰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르시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이번 분기 매출 전망치를 18억 달러 초과할 것”이라며 “블랙웰 시리즈로 주력 상품 라인업의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향후 더 큰 실적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퍼 샌들러는 이날 엔비디아에 대해 ‘비중 확대’와 함께 목표주가를 175달러로 유지했다.

투자회사 캔터 피처랄드는 목표주가 200달러와 ‘비중 확대’를, 에버코어 ISI도 AI 칩의 독보적인 우월성을 강조하며 190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에버코어 ISI는 블랙웰의 생산량 증가가 올해 상반기에서 올해 중반으로 미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마크 리파시스 에버코어 ISI는 애널리스트는 메모에서 “일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제공 업체)가 구매를 일부 연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 GPU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고 있다”며 “B100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의 현재 솔루션인 H100이 대신 구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B100은 블랙웰 라인업에 속하는 제품이며, H100은 호퍼 시리즈 기반 제품이다.

특히 이번 실적은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로 시장을 강타한 후 내놓는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엔비디아는 최근 몇 분기 실적 발표 동안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내고 있으나 가이던스나 매출 성장률 등이 시장 눈높이를 충족 못해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27일에는 ‘딥시크 쇼크’ 여파로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5890억달러나 증발하며 글로벌 시총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딥시크 쇼크 이후 급락했던 주가는 최근 점진적인 상승세로 딥시크 사태 이전 수준까지 근접하며 시총 2위 자리로 복귀했다. 시장에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딥시크가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주시하고 있다.

ABC뉴스는 “지난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전체 수익률 중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 후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S&P 500 지수 펀드를 보유한 미국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