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음란물 본 40대, 비아그라 2알 먹곤 한 짓 [그해 오늘]

입력시간 | 2025.01.31 오전 12:01:02
수정시간 | 2025.01.31 오전 12:01:02
  • 전자발찌 차고 범행 대상 물색한 서진환
  • 아이 유치원 데려다 준 30대 주부 살해
  • 알고 보니 13일 전 주부 성폭행 범인
  • 유족 “경찰 늦장 수사로 사건 발생” 소송
  • 10년 지난 뒤 대법원, 유족 측 손 들었다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3년 1월 31일 열린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된 서진환(당시 42세)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그는 “감형해주면 속죄하고 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 씨에 무기징역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공판에서 서 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알코올 중독 상태까지 가서 자포자기한 상태였다”며 “서 씨의 살인이 우발적이었으며 유기징역으로 감형해준다면 종교에 귀의해 속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진심 어린 반성을 보인 적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그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012년 8월 24일 서울 중곡동에서 발생한 주부 살인사건 현장검증 당시 서진환의 모습. (사진=뉴시스)



◆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 대상 물색


서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2년 8월 20일 밤새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물을 본 뒤 비아그라 2알을 먹고 흉기 등을 챙겨 성폭행 대상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던 중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피해자인 30대 주부 A씨를 발견했고, A씨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서 씨는 열린 집 안으로 침입해 A씨가 오길 기다렸다가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A씨의 비명소리를 들은 아랫집 주민은 치안센터로 가 신고했고, 서 씨는 현관문으로 도망치려던 A씨를 흉기로 찔렀다.

마침 출동한 경찰에 의해 서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이 씨는 사망하고 말았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이 외에도 폭행 탓에 A씨의 두개골이 깨지고 한쪽 동공은 함몰된 상태였다.

당시 서 씨를 조사했던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조사 태도에서부터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전자발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전자발찌가 내 범죄를 증폭시켰다” 는 변명만 늘어놨다.

체포된 뒤에는 현장 검증 전까지 13끼를 먹지 않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생활했으나 검증 후엔 “돌 맞을 각오로 (현장검증에) 갔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전과는 달리 샤워와 빨래를 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구치소에 들어가면 면을 먹기 힘들다”며 경찰에 “짜장면을 시켜달라”고 요구하거나, “원두커피가 먹고 싶다”며 지인에게 사식을 넣어줄 것을 요구하고 매끼를 챙겨 먹는 등 검증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또 유족들에 편지를 쓴 그는 “살인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죄송하고 죄송할 뿐”이라며 “나도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고인이 불쌍하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서씨가 언론을 의식해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검증 전 단식도 자기 얼굴이 공개될 것에 대비해 초췌하고 불쌍하게 보이게끔 의도한 것 같다”고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검사하는 PCL-R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에 31점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0개 문항으로 이뤄진 이 검사지는 대인관계, 감정·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등을 평가하는데, 문항당 0∼2점으로, 만점은 40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5점 이상을 받으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PCL-R 검사에서 2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던 범죄자로는 연쇄살인마 유영철(38점), 강호순(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등이 있다.

피해자 B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이 집으로 몰래 침입하는 서진환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위 사진). (사진=YTN 화면 캡처)



◆ 피해 남편 “제발 사형 선고해달라” 눈물


사건 이후 유족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피해자의 남편 박 씨는 2012년 11월 8일 열린 서 씨의 3차 공판에서 “저에게 시집와 고생만 하다가 처참하게 간 아내를 생각하면 살아가는 게 지옥”이라며 “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처절히 맞아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아내를 보냈다”고 울먹였다.

이어 “서진환은 재범과 재범을 반복하면서 선처를 받았고 범죄자 관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그 결과 무고한 우리 아내와 우리 가족은 인생을 망쳤다”며 “저자는 그동안 여러 번 선처를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고 똑같은 범행을 더 악랄하게 저질렀다”고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외쳤다.

이 사건으로 서 씨는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으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나갔다.

서 씨가 사건을 저지르기 13일 전인 2012년 8월 7일 다른 주부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유족은 경찰의 늦장 수사가 A씨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경찰이 지난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다면 서 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빨리 검거할 수 있고, 이후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며 “서 씨 출소 이후 그의 거주지를 관할하던 보호관찰관 역시 재범 예방을 위해 첩보수집 대상자로 올리고 감시·감독을 해야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들은 2004년 검찰이 서 씨가 강간치상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점에 대해 “법 적용이 잘못돼 3년 이상 일찍 출소했다”며 “제대로 형을 선고했더라면 2013년에야 출소할 수 있어서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편 박 씨 등 유족은 국가를 상태로 3억 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고, 10년 뒤인 2022년에야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해 7월 14일 대법원 1부는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었다. 다수의 성범죄 실형 전과자인 서 씨의 범행에 경찰 등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경찰이 범행 장소 인근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고, 보호관찰소가 서진환을 주기적으로 감독하지 않은 잘못은 법령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3년 서울고법은 정부가 피해자 남편에 약 9375만 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소영 기자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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