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 유치원 급식에 세제 넣은 교사는 왜 [그해 오늘]
- 유치원서 아이들 급식에 세제 성분 이물질 넣어
- 범인은 50대 유치원 교사 A씨, 동료에도 범행
- “자일리톨 가루 넣은 것” 무죄 주장했지만 ‘징역형’
앞서 1심 재판을 진행한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은 A씨에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A씨는 선고 하루 만에 항소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서울 금천구 한 유치원에서 교사 A씨가 급식통에 이물질을 섞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사진=JTBC 화면 캡처)
◆ 교사는 왜 아이들의 급식에 세제 넣었나
서울 금천구 한 유치원 특수반 교사였던 A씨는 2020년 11월 11일 서울 금천구 소재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아이들 급식이 담겨 있는 통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넣었다.
당시 급식을 먹은 6세반 아동·특수반 아이들 17명이 구토, 코피, 가려움, 복통 등 증상을 호소했고, 이에 유치원 측이 CCTV를 확인하자 A씨가 급식통에 액체와 가루를 넣고 손으로 섞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유치원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한 약병과 앞치마 등에서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을 검출했다.
앞선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해당 액체를 맹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해당 액체는 계면활성제와 모기기피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면활성제는 화장품, 세제, 샴푸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또 가루 세제 등을 초콜렛에 묻혀 아이들에 먹인 정황도 밝혀졌다.
이 때문일까. 사건 후 피해 아동들은 이후 혈액과 소변검사 결과 유해한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혈중 면역글로불린(lgE) 수치가 정상인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14배까지 검출됐다.
그럼에도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이들의 치아가 걱정돼서 자일리톨 가루를 넣은 것”이라며 “세제 성분이 나온 통은 자신의 것이 아니며 모기기피제를 넣었다는 증거가 없다. 급식 통을 열어본 것은 급식하는 양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A씨가 자리 배치 문제로 동료 교사와 갈등을 겪다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자 범행을 마음먹었고, 유치원 급식에 세제가루를 뿌리고 동료 교사가 마시는 텀블러·커피잔에 유해한 액체를 넣은 것이었다.

서울 금천구 한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급식에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A씨. (사진=뉴시스)
◆ 아이들에 위해 가한 교사 “우리 아이들 불안해 해”
구속된 A씨는 2021년 10월 13일 보석 신청을 하며 심문 과정에서 “아이(자녀)들이 너무 불안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법원은 A씨가 신청한 보석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용,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A씨의 자유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징역 4년형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만 원아에게 가루세제를 묻힌 초콜렛을 먹였다는 혐의 등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선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후 A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장애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특수 교사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보다 가중된 보호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동료 교사는 물론 나이 어린 유치원생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행 동기가 불순할 뿐만 아니라 범행 목적이 계획적이어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1심의 형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투여한 계면활성제와 모기기피제는 인체에 투여될 경우 치명적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반복적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동료 교사와 유치원생들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었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사건 후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를 파면 조치했다. 중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으면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고 향후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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