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로 살고 싶지 않아"...결국 본처 살해한 '관종'의 편지 [그해 오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금은 사랑한다 하겠죠. 하지만 다른 여자들처럼 버려질 겁니다”
10년 전 오늘,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편의 내연녀에게 보낸 이모(당시 42세) 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 사람’을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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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연녀 한 씨는 유 씨의 아내 이 씨를 만나 “유 씨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 뒤 자살 소동을 벌였다.
이후 한 씨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 씨를 납치하거나 이 씨가 다른 남성과 불륜 관계인 것처럼 꾸며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까지 모색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한 씨 측은 유 씨에게 한 씨의 자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고, 유 씨 부부는 한 씨에게 3억5000만 원을 지급했다. 한 씨는 돈을 받으면서 앞으로 유 씨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불륜 관계가 이어지자, 이 씨는 “이제 그만 하세요. 연락하지 마세요. 그 사람 이혼 못 합니다. 안 할 겁니다. 그 사람 새가슴이어서 못 합니다. 부모님과 딸 때문에도 (이혼) 못 합니다”라고 한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 씨는 이로부터 이틀 뒤인 2015년 1월 21일 오후 11시 50분부터 다음 날 0시 50분 사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이 씨의 집에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한 뒤 술자리를 가졌다.
이 씨 집에서 나온 한 씨는 밖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던 유 씨를 만나 함께 있다가 그를 집까지 데려다 줬다. 집에 도착한 유 씨는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했고, 한 씨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유 씨는 한 씨가 도착하자 아내를 업고 집에서 나와 한 씨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씨는 약 40분간 심폐소생술에도 결국 사망했다.
이 씨의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타났다. 부검 결과, 이 씨의 혈액에서 치사량을 초과하는 청산가리와 알코올이 검출됐다. 집에서 발견된 소주병에서도 청산가리가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일 만에 한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 씨를 만난 이유에 대해 “사과하고 (유 씨와) 헤어지라고 하면 헤어질 생각으로 찾아갔다”며 “소주를 마시고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소주병에선 유 씨의 지문만 검출됐고, 이 씨와 한 씨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씨가 청산가리를 구매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한 씨가 유치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두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수사는 더욱 더뎌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뒤 한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청산가리 구매 방법과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이 복구됐다.
법원은 한 씨의 범죄 동기가 충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 씨가 이 씨로부터 남편과 헤어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유 씨에게 “남은 생 불륜으론 살고 싶지 않다”며 불안감을 강하게 표출했고, “이 씨가 진짜 죽고 싶다는 말을 했냐”고 진지하게 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한 씨가 이 씨를 만나러 가기 전 유 씨의 귀가 시간을 확인한 점 등을 통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소주병에는 피해자나 피고인의 지문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뒤늦게 귀가한 피해자 남편의 지문만이 남아 있었으며 술잔 등도 보이지 않는 등 누군가에 의해 현장이 정리된 정황이 확인된다”며 이 씨의 극단적 선택, 유 씨의 살해 가능성 등 한 씨의 주장을 배제했다.
1심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그토록 아끼던 9살 난 딸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다”며 한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남편에게 집착하고 급기야 피해자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동에까지 이른 데에는 피해자 남편의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도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사유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2심은 “피해자의 딸이 피해자의 무덤에 직접 남긴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엄마… 사랑해요’라는 묘비명은 피해자의 사망이 그 딸과 나머지 유족들에게 남긴 상실감과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큰지 잘 나타낸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필사적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피해자에게 그 남편과의 불륜 관계를 정리하겠다며 그 대가로 피해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어렵게 마련한 합의금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 돈을 자신과 내연남의 ‘노후 자금’이라면서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모독하고 있고 법정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피해자의 딸 등 유족에게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 25년은 오히려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2017년 10월 23일 대법원은 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2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 한 방송을 통해 수감 9년째인 한 씨의 경악할 만한 편지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E채널 ‘한 끗 차이’에 따르면 한 씨는 언론사에 “청산가리가 어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다”며 “너무 억울해서, 너무 원통해서 이 살인자라는 누명이 고통 속에서도 살아서 버티게 한다”는 등의 편지를 계속해서 보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한 씨가 여러 장의 편지를 썼음에도 ‘고친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본인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산해서 ‘이 정도면 방송국에 보내도 되겠다’ 싶은 완성본을 보낸 것”이라며 “이 사람(한 씨)은 관심이 없으면 못 산다. 감옥에 있으면서도 계속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숨진 이 씨의 남편이자 범인 한 씨의 내연남인 유 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0년 전 오늘,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편의 내연녀에게 보낸 이모(당시 42세) 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 사람’을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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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채널 ‘한 끗 차이:사이코멘터리’ 방송 캡처
이 씨의 남편 유모 씨는 2014년 2월께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한모 씨와 불륜 관계를 이어오다 같은 해 9월 초 아내에게 들킨 뒤 한 씨에게 결별을 통보했다.그러나 내연녀 한 씨는 유 씨의 아내 이 씨를 만나 “유 씨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 뒤 자살 소동을 벌였다.
이후 한 씨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 씨를 납치하거나 이 씨가 다른 남성과 불륜 관계인 것처럼 꾸며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까지 모색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한 씨 측은 유 씨에게 한 씨의 자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고, 유 씨 부부는 한 씨에게 3억5000만 원을 지급했다. 한 씨는 돈을 받으면서 앞으로 유 씨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불륜 관계가 이어지자, 이 씨는 “이제 그만 하세요. 연락하지 마세요. 그 사람 이혼 못 합니다. 안 할 겁니다. 그 사람 새가슴이어서 못 합니다. 부모님과 딸 때문에도 (이혼) 못 합니다”라고 한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 씨는 이로부터 이틀 뒤인 2015년 1월 21일 오후 11시 50분부터 다음 날 0시 50분 사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이 씨의 집에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한 뒤 술자리를 가졌다.
이 씨 집에서 나온 한 씨는 밖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던 유 씨를 만나 함께 있다가 그를 집까지 데려다 줬다. 집에 도착한 유 씨는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했고, 한 씨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유 씨는 한 씨가 도착하자 아내를 업고 집에서 나와 한 씨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씨는 약 40분간 심폐소생술에도 결국 사망했다.
이 씨의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타났다. 부검 결과, 이 씨의 혈액에서 치사량을 초과하는 청산가리와 알코올이 검출됐다. 집에서 발견된 소주병에서도 청산가리가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일 만에 한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 씨를 만난 이유에 대해 “사과하고 (유 씨와) 헤어지라고 하면 헤어질 생각으로 찾아갔다”며 “소주를 마시고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소주병에선 유 씨의 지문만 검출됐고, 이 씨와 한 씨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씨가 청산가리를 구매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한 씨가 유치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두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수사는 더욱 더뎌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뒤 한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청산가리 구매 방법과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이 복구됐다.
법원은 한 씨의 범죄 동기가 충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 씨가 이 씨로부터 남편과 헤어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유 씨에게 “남은 생 불륜으론 살고 싶지 않다”며 불안감을 강하게 표출했고, “이 씨가 진짜 죽고 싶다는 말을 했냐”고 진지하게 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한 씨가 이 씨를 만나러 가기 전 유 씨의 귀가 시간을 확인한 점 등을 통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소주병에는 피해자나 피고인의 지문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뒤늦게 귀가한 피해자 남편의 지문만이 남아 있었으며 술잔 등도 보이지 않는 등 누군가에 의해 현장이 정리된 정황이 확인된다”며 이 씨의 극단적 선택, 유 씨의 살해 가능성 등 한 씨의 주장을 배제했다.
1심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그토록 아끼던 9살 난 딸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다”며 한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남편에게 집착하고 급기야 피해자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동에까지 이른 데에는 피해자 남편의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도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사유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2심은 “피해자의 딸이 피해자의 무덤에 직접 남긴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엄마… 사랑해요’라는 묘비명은 피해자의 사망이 그 딸과 나머지 유족들에게 남긴 상실감과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큰지 잘 나타낸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필사적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피해자에게 그 남편과의 불륜 관계를 정리하겠다며 그 대가로 피해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어렵게 마련한 합의금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 돈을 자신과 내연남의 ‘노후 자금’이라면서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모독하고 있고 법정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피해자의 딸 등 유족에게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 25년은 오히려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2017년 10월 23일 대법원은 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2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 한 방송을 통해 수감 9년째인 한 씨의 경악할 만한 편지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E채널 ‘한 끗 차이’에 따르면 한 씨는 언론사에 “청산가리가 어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다”며 “너무 억울해서, 너무 원통해서 이 살인자라는 누명이 고통 속에서도 살아서 버티게 한다”는 등의 편지를 계속해서 보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한 씨가 여러 장의 편지를 썼음에도 ‘고친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본인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산해서 ‘이 정도면 방송국에 보내도 되겠다’ 싶은 완성본을 보낸 것”이라며 “이 사람(한 씨)은 관심이 없으면 못 산다. 감옥에 있으면서도 계속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숨진 이 씨의 남편이자 범인 한 씨의 내연남인 유 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지혜 기자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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