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4월 19일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고상영)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생후 6개월 자녀를 주거지 창밖으로 던져 살해한 친모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이었다.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가 엄마의 손에 생명을 잃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6개월 된 자신의 여아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친모 A씨가 2023년 12월 5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3년 12월 3일이었다. A씨는 이날 새벽 광주의 자택에서 남편 B씨와 술을 마시며 말다툼하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 자신에게 수유하라고 시킨 것으로 싸우던 중 과거 B씨가 여성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A씨는 이를 재차 문제 삼으며 “이혼하겠다”고 말했고 B씨는 “이혼하면 아이를 못 보게 하겠다”며 모욕적 발언을 했다.

화가 난 B씨가 집 밖으로 나가자 A씨는 남편이 소중하게 여기는 자녀 C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새벽 6시 15분께 안방으로 들어갔다. A씨는 아기침대에서 자고 있던 C양을 데리고 거실 밖으로 나왔고 피해자를 15층 아래로 던졌다. 생후 6개월이었던 C양은 주민에 의해 1층 화단에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남편의 결혼 전 거짓말로 다툼을 이어왔고 범행 당일에는 경제적 문제로 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오랜 기간 질환을 앓아온 A씨는 남편의 발언을 ‘자신의 약점을 들춰내 창피를 주고 무시하는,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인식해 그간의 축적돼온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내의 재범 방지와 치료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A씨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탄원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어 우리 사회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피고인은 보호 및 양육 책임이 있는데도 출생 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교제할 당시 있었던 남편의 거짓말과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이 사건 범행 당일 남편과의 다툼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피고인의 남편인 B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징역 7년은 유지했다.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본 것이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에도 남편과 다툰 후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 약 한 달여 전 유산했던 사정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