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승훈 '금빛질주' 만큼 빛났던 정재원 '금빛조력'

입력시간 | 2018.02.24 오후 11:23:18
수정시간 | 2018.02.24 오후 11:23:18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이승훈(오른쪽)이 멋진 팀플레이를 펼친 정재원과 함께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릉=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승훈(대한항공)이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빛 질주’를 펼칠 수 있었던데는 17살 막내 정재원(동북고)의 ‘금빛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재원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전체적인 레이스를 이끄는 조력자 역할을 훌륭히 해내면서 이승훈이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승훈과 함께 결승에 나선 정재원은 공기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2위그룹 선두를 맡았다. 맨 앞에서 여러 바퀴를 책임지면서 앞서 나간 선수와의 격차를 유지했다.

빅토르 할트 토루프(덴마크)와 리비오 벵거(스위스)가 일찌감치 앞으로 치고나갔지만 2위 그룹 선수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정재원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격차를 좁혀줬기 때문이다.

이승훈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은 정재원을 방패삼아 뒤에서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정재원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사이 앞서 가던 두 선수는 제 풀에 지쳤다. 이승훈의 라이벌은 정재원에게 막혀 먼저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때다 싶었던 이승훈이 먼저 스퍼트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도 따라 속도를 올렸지만 뒷심에서 이승훈이 월등히 앞섰다.

만약 정재원이 페이스를 이끌어주지 않고 초반부터 스피드 싸움이 벌어졌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실제로 월드컵 등을 보면 초반에 앞으로 치고 나간 선수가 그대로 우승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미그룹 선수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다 스퍼트 타이밍을 놓쳐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모든 것이 이승훈이 원하는대로 이뤄졌고 그 중심에는 정재원의 역할이 컸다.

이승훈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재원에게 여러차례 반복하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이승훈이 가장 먼저 찾아 포옹을 나눈 주인공도 정재원이었다.

이승훈은 “재원이의 도움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마지막 스퍼트가)내 유일한 장점이었고 그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스퍼트에서 (정)재원이의 도움이 있었다. 같이 레이스 해 준 우리 재원이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재원이는 나보다 더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원은 “내 레이스가 (이)승훈이형의 금메달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며 “첫 올림픽이고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처음 나와서 메달도 땄으니까 앞으로 어떤 올림픽에 나가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석무 기자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