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송' 여름 적시다…헤이즈 '섬머송' 공식 깼다!

입력시간 | 2017.07.18 오전 8:09:26
수정시간 | 2017.07.18 오전 8:09:26
  • 여름대전 걸그룹과 경쟁서 '기선제압'

헤이즈(사진=CJ E&M)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가수 헤이즈가 2017년 가요계 여름 대전의 승자로 떠올랐다. 아직 여름이 한 달 이상 남았지만 헤이즈가 거둔 성적은 남들이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헤이즈는 17일 오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과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엠넷닷컴의 실시간 차트에서 ‘비도 오고 그래서’(feat.신용재)로 1위에 올라 있다. 몽키3에서는 ‘널 너무 모르고’로 1위다. 두 곡은 헤이즈가 지난 6월26일 발매한 미니앨범 ‘///(너 먹구름 비)’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헤이즈는 이번 앨범으로 지난 20여 일 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 최상위권을 장악했다. 1위를 내준 다른 차트들에서도 두곡 모두를 아직 상위권에 랭크시켜놨다.

벌써 수년째 가요계에서 여름마다 따라붙는 ‘걸그룹 대전’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뜨거운 여름을 화끈한 무대 퍼포먼스로 더욱 뜨겁게 달구는 걸그룹들이 여름의 주역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도 레드벨벳·블랙핑크·마마무·에이핑크 등 많은 걸그룹들이 여름에 맞춰 컴백했고 정상에도 올랐다. 하지만 헤이즈가 매번 이들을 끌어내리며 승부를 일찌감치 판가름한 분위기다.

헤이즈의 노래에 대한 호응은 가사가 주는 공감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가사가 10~20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널 너무 모르고’의 가사는 헤이즈가 직접 작사했다. 너를 너무 몰랐던 스스로에 대한 후회를 주제로 만들어진 이별송이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가사는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후회다. ‘비도 오고 그래서’는 내리는 비를 보다가 어떤 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 헤이즈가 “왜 그때, 그 억수같이 많은 비가 내리던 날, 난 우산을 사서 너에게 건네준 뒤 서로 거리를 두고 걸었을까. 그냥 둘이 비를 홀딱 맞더라도 너의 손을 잡고 비를 피해 뛸 걸. 아니 우산이 좀 작아서 어깨가 젖더라도 한 우산을 쓰고 걸었을 걸”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작업하게 된 곡이다. 헤이즈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가사에 오롯이 이별 경험들이 녹아있고 실제 수많은 이별러들의 공감을 샀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지극히 소소하고 평범한 가사는 오히려 더욱 열광하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인기를 모은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적절 했던 음원 오픈 타이밍도 차트 장악의 비결이다. 걸그룹들이 흥겹고 빠른 음악으로 휴가철을 앞둔 대중의 마음을 들뜨게 할 때 헤이즈는 휴가에 앞선 장마철을 노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이다. 부제는 ‘너 먹구름 비’. 음원이 공개된 6월26일은 극심한 가뭄 끝에 반가운 비가 쏟아졌다. 헤이즈의 새 앨범은 마치 ‘기우제’ 같은 효과를 냈다.

‘비도 오고 그래서’의 경우 기존에 많이 활용돼 온 더블 타이틀곡 형태가 아닌 비오 는 날 오픈 하겠다는 히든트랙 전략으로 궁금증을 유발했다. 실제 날씨에 맞춰 음원을 공개하는 이색 공약이 신선한 프로모션으로 받아들여졌다. 비오는 날씨와 함게 ‘비도 오고 그래서’가 기존 차트 1위였던 헤이즈 자신의 ‘널 너무 모르고’와 바통 터치를 했다. 새로운 시즌송의 등장을 알린 셈이다.

헤이즈의 이번 노래들의 멜로디 라인이 듣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만큼 트렌드에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게 한다. ‘널 너무 모르고’는 슬프지만 경쾌한 멜로디가 헤이즈만의 스타일을 대중에게 오롯이 전한다. ‘비도 오고 그래서’는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 재즈풍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듣기 좋게 정제된 비트, 특유의 비음 섞인 유니크한 발성, 담백하게 전하는 랩까지 3박자 조합이 묘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예능 등 각종 방송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과도하게 소비시키지 않은 것도 이득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 행사 및 페스티벌, 라디오 등을 통해 꾸준히 음악으로 어필한 것도 주효했다. 소속사 CJ E&M 측은 “인기에 편승해 활동 스케즐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은 것은 헤이즈의 음악에 대중이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귀 기울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김은구 기자cowbo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