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최성재, 발레파킹 알바 12년째인 사연(인터뷰)

입력시간 | 2018.05.18 오전 6:10:00
수정시간 | 2018.05.18 오전 8:51:15

사진=팬 스타즈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첫 사극이라 재미있어요. 액션도 승마도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죠.”

배우 최성재는 지난 6일 종방한 TV조선 드라마 ‘대군’을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그는 극중 윤시윤의 호위무사인 김관 역을 맡았다. 강직한 충신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휘를 보호하다 눈을 감았다. 극중에선 안타까운 최후였지만,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주로 윤시윤·재호와 호흡을 맞춘 그는 “‘아재개그’로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최성재는 ‘주말의 남자’였다. ‘대군’과 같은 날 첫 방송한 MBC 주말 미니시리즈 ‘데릴남편 오작두’에도 출연했다. 극중 김강우·유이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남자로 등장,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뒤늦게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난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이유 있는 악역이잖아요. 욕심나는 캐릭터였어요. 아빠라는 설정도 흥미로웠죠. (미혼이다 보니) 주변에 물어보니 부모의 마음은 ‘부모를 향한 자식의 마음’의 3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동국대 연영과 출신인 최성재는 2013년 tvN ‘푸른거탑 리턴즈’로 데뷔해 tvN ‘갑동이’(2014), KBS2 ‘복면검사’(2015), SBS ‘닥터스’(2016)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KBS2 TV소설 ‘그 여자의 바다’로 첫 주연을 따낸 그는 tvN ‘써클-이어진 두 세계’, SBS ‘사랑의 온도’까지 종횡무진 했다.

“데뷔는 늦었지만, 운이 좋았어요. 매번 조금씩 좋은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급한 마음 보다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큽니다.”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꿈꾸진 않았다. 아버지인 故최병상 성우의 영향이 컸다. 고교 시절 연극반에 속한 친구들에게 부탁을 받았다. 최병상 성우에게 연기 지도를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고인은 KBS 공채 18기 성우 출신으로 1980~90년대 애니메이션과 외화 더빙을 휩쓸었다. 케빈 베이컨 전담 성우이기도 했다. 첫째 아들 친구들의 요청을 거절할리 없었다. 최병상 성우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그 과정에서 최성재도 자연스럽게 연극반에 들어갔다.

사진=스토리, 예인 E&M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목소리를 TV로 듣고 자랐잖아요. 연기는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동생은 일찌감치 배우를 하고 싶다고 했고요. 연극반을 하면서 연기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됐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아버지는 반기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실제로 많이 배웠고, 큰 힘이 됐어요. 그런 아버지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안타깝게도 최병상 성우는 2008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최성재는 가장이 됐다.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 또래보다 2년 늦게 졸업했다.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는 어느새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촬영이 없는 날 도와주는 수준이다. 과거엔 돈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힘들었던 그 시절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움이 크다. 알아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연기에 득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일종의 직장인의 삶이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어요. 또 가만히 있는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스케줄이 없어도 아침 6~7시면 눈이 떠져요. 30대가 5년 남았거든요. 책을 읽든 드라마를 보든 일을 하든 몸을 움직여야 해요. 그럴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의 롤모델은 최민수다. 최민수 주연의 SBS ‘모래시계’(2005)는 그의 인생드라마다. “지금 봐도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특히 최민수의 역할과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래 연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배우의 바람이 아닐까 싶어요. 70대 혹은 80대 배우도 필요잖아요. 그렇게 오래오래 배우로 살아가고 싶어요.”
김윤지 기자ja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