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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쁨 아닌 아픔, 조현병]"아픈 사람일뿐인데…외로움이 더 두렵다"

입력시간 | 2019.05.16 06:10 | 황현규 기자 hhkyu@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3년간 방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내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아차릴까 봐. 이렇게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말이죠.” (유성철·가명·55·23년차 조현병 환자)

“외롭죠. 그러니까 칭찬만 해주는 환청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향기·가명·43·20년차 조현병 환자)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들이 환자라는 사실을 절대 주변인에게 말하지 않으려 한다. 상대방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고 숨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조현병에 대한 선입견은 더욱 짙어진다. 이데일리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11명의 조현병 환자들은 외롭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병을 앓는 환자들은 그렇게 점점 고립돼갔다.

◇“나도 환청이 무섭다. 그런데 혼자인 것이 더 무섭다.”

조현병 환자들은 하나같이 외로움을 호소했다. 나에게만 들리는 환청, 나에게만 보이는 환시, 나에게만 나는 환후까지.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들은 누구하고도 공유할 수 없었다.

김석준(52·가명)씨는 종종 밥이 대변으로 보이는 환시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잊을 만 하면 찾아오는 환시 증상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 증상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기침이 나거나, 열이 오르는 감기의 증상과는 다르게 티도 나지 않았다. 김씨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증상이기 때문에 혼자 견뎌낼 때 많다”고 했다.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살은 점점 빠졌다. 힘들게 찾은 병원에서 조현병 판정을 받고 약을 처방받은 뒤에야 환시는 없어졌다.

환자들은 자신의 조현병 증상을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가족이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박동현(50·가명)씨는 20여 년 전 2년 넘게 조현병 증상을 겪었지만 가족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극심한 우울증·신경쇠약·간헐적 환청이 조현병 증상인지조차 몰랐던 박씨. 회사를 그만두고 칩거생활을 하던 그는 여러 번의 자살기도 끝에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가족조차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며 “물론 나도 조현병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병원에 간 이후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매일 저녁 조현병 약을 챙겨 먹고 있다.

조현병이 알려지면 사람들과 더 이상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환자들을 더욱 숨게 했다. 최유미(43·가명)씨도 자신의 병력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김씨는 “조현병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환자들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늘 안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관악구의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에 매일 방문해 하루 2~3시간씩 다른 조현병 환자들과 만났다. 이 만남이 사회생활의 전부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1만 명 중 1명만 위험군…“무서워 마세요”

‘조현병은 괴팍하고 무섭다’는 편견에 대해 환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무섭지 않다며 손을 잡아주는 환자도 있었다. 직접 만난 11명의 환자 중 강력 범죄와 관련한 환청을 듣는 이은 한 명도 없었다. 대다수가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조현병 증상도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2019년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연구팀에 따르면 치료를 시작한 조현병 환자 1만 명 중 1명만이 남을 해치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치료받기 전 조현병 환자 600명 중 1명이 같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심지어 그 충동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조차 미지수다. ‘조현병 공포’는 과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자 황상윤(48·가명)는 “같은 조현병 환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누구보다 차분한 사람들이 많다”며 “우린 아픈 사람일 뿐 비정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황씨는 자신의 조현병 증상을 조곤조곤 말할 정도로 ‘정상인’으로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고 하다는 망상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황씨. 그는 살인 충동 등의 환청을 들은 적은 20년간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약을 먹으면 극도로 차분해져 공격성은 오히려 없어진다고 했다.

조현병 판정을 받고도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환자도 있다. 김민철(54·가명)씨는 복지 센터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을 수료한 뒤 대형마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약을 복용한 이후 현저히 줄어든 환청 덕에 대면 생활도 가능해졌다. 손님들과의 대화도 가능했다. 약 기운에 피곤하긴 했지만 양을 조절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김씨는 “약을 꾸준히 먹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병이 조현병”이라며 “우리는 괴물도, 폭력배도, 이상한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11명의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누구도 욕설을 내뱉거나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며 손을 들고 답변할 정도로 차분하게 인터뷰는 진행됐다. 순서가 엉키는 법도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 온 환자도 있었다. ‘조현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이 환자는 “따뜻하게 대해주세요”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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