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상씨’ 유준상 “50대 진입 실감, 연기 더 깊어지길”(인터뷰)

입력시간 | 2019.03.25 오전 6:00:30
수정시간 | 2019.03.25 오전 6:00:30

유준상(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무대에선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선 그런 기회가 없었다. ‘왜그래 풍상씨’는 기회라 생각했다. 우선 대본이 재미있었다. ‘가족은 힘일까, 짐일까’라는 시놉시스의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구부정한 자세에 수심 가득한 눈빛. 하나부터 열까지 오로지 가족 걱정이다. 답답하다.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 이하 ‘풍상씨’) 속 유준상(50)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사연 많은 다섯 남매가 우여곡절 끝에 형제애를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전형적인 가족극 안에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배치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부진에 빠진 KBS 미니시리즈를 구했다는 평가다. 시청자의 울화통을 터트리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맏형 풍상은 흥행의 일등공신이었다. 석 달 동안 ‘풍상 씨’로 살았던 유준상은 “갑갑하단 지적도 있었지만 전적으로 풍상의 편이었다”면서 “그만큼 푹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준상은 ‘국민남편’으로 불렸다. 이상적인 남편상을 제시한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덕분이었다. 그만큼 ‘왜그래 풍상씨’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가족이란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이었다. 초반 ‘막장’이란 비판에 속상했다. 언젠가 진심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문 작가님의 치밀한 구성을 믿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달라지는 반응에서 ‘다행이다’ 싶었다.”

문 작가는 처음부터 연장은 없다고 선언했다. 대본 리딩은 매회 진행됐다. 꼼꼼한 지적이 잇따랐다. 건강한 자극은 전반적으로 적당한 긴장 상태를 만들어줬다. 어느 날은 대본 18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을 NG 없이 한 번에 촬영하기도 했다. “누구든 NG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왔다.

유준상(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고충도 있었다. 그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간암 환자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식사량을 서서히 줄였다. 드라마 속에서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는 “먹지 않고 버텼다”. 진 감독은 카메라에 그의 수척해진 얼굴을 담았다.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느냐”는 말을 들은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역할에 몰입했단 의미로 들렸다. 천생 배우였다.

진짜 가족 같았던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 극중 아내였던 신동미는 시원한 웃음소리로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살뜰히 주변을 챙긴 오지호,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나던 전혜빈과 이시영, 자녀들과 어울리듯 장난을 쳤던 이창엽 등 드라마 속 남매들을 언급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유준상은 어느덧 25년차 배우가 됐다. 변한 건 없다. 여전히 노래 수업을 듣는다. 내친김에 편곡도 공부할 생각이다. 필요에 따라 의사에게 전문적인 자문도 받는다. 이 모든 게 연기를 위함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결코 식는 법이 없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열정 만수르’인 유준상과 세월의 흐름은 무관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나이의 의미를 물으니 “생각 안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웃었다.

“진형욱 감독이 동년배다. 우리끼리 ‘새로운 한살’이라고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인정이 빨라졌다. (웃음) 그만큼 해이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연기는 물론 뮤지컬, 음반활동 등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유준상의 계획표는 늘 가득 차 있다. 조만간 뮤지컬 ‘그날들’ 무대에 오른다. 앨범 발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의 분주한 활동을 듣다 보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아내인 홍은희의 반응이다.

“이해해주니까 부부 아니겠나. 탐탁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응원해 준다. ‘풍상씨’도 그렇다. 부부끼리 다정한 장면은 별로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 서로의 편이 돼준다. 그게 또 우리네 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왜그래 풍상씨’ 포스터(사진=초록뱀미디어)

김윤지 기자jay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