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가대항전에 불편한 KLPGA

입력시간 | 2018.07.18 오전 6:08:55
수정시간 | 2018.07.18 오전 6:08:55
  • 인터내셔널크라운 뒤늦게 전인지 출전 합류
  • KLPGA "정식 국가대항전으로 인정할 수 없어"
  • "국가대항전처럼 열리지만 단순한 이벤트 경기"
  • 대회 기간 한국, 일본에선 모두 자국 대회 열려

(사진=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국가대항전을 표방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이벤트 대회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한국 선수들의 출전 여부로 시끄럽다.

지난 13일 국내 언론을 통해 박인비(30)에 이어 최혜진(19), 고진영(23)이 이 대회에 출전을 고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다행히 17일 전인지(24)가 출전을 확정하면서 한국선수는 박성현(25), 유소연(28), 김인경(30)으로 팀을 꾸려 일단락 됐다.

10월 4일부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팬들에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대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골퍼 박인비의 출전 포기에 이어 최혜진과 고진영마저 고사했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국가대항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상한 단순한 LPGA 투어의 이벤트 대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모두 8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일부 나라의 투어단체에선 정식 국가대항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대항전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대신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국내 개최에 대해 못마땅하고 있다. 최소한 대회 일정 등 개최국 투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데 사전 논의 절차도 없었고, 출전 규정부터 선수 선발 과정, 대회 일정 등의 진행과정에서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K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열려 흥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도 같은 기간 총상금 1억엔의 스탠리 레이디스 토너먼트가 예정돼 있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인터내셔널 크라운 개최와 관련해 LPGA 투어로부터 어떠한 협조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개최 일정과 선수 선발 과정 등에서 전혀 들은 바가 없고 모두 LPGA 투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운영한 것으로 안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이어 그는 “국가대항전이라고 하면 최소한 선수 선발과 관리, 팀 운영 등과 관련된 일을 해당 협회 또는 관련단체에서 맡아야 함에도 전혀 그런 협조가 없었다”면서 “얼마전 일본여자골프투어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도 이 대회와 관련한 얘기가 나왔고 국가대항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PGA 투어 측은 “2014년부터 몇 차례 미팅을 하면서 대회 일정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식 국가대항전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출전 선수 기준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이 대회의 출전 규정은 세계랭킹 순위이다. 올림픽과 비슷하지만 선수단 운영 및 관리, 행정적 지원, 별도의 감독 또는 주장 선임 등의 권한이 해당 협회나 관련기관에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LPGA 투어에서 진행하며, 선수의 참가 의사 결정도 직접하고 있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이번에 출전 기회를 얻은 최혜진을 비롯해 일본의 스즈키 아이, 나리타 미스즈 등처럼 LPGA 투어의 회원이 아닌 경우엔 조금 복잡해진다. 이들로서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자국 투어를 빠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출전 여부는 오로지 개인의 선택이지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최혜진은 고민 끝에 KLPGA 투어에 출전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과 형평성에 맞는 균등한 기회 제공 등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는 점도 정식 국가대항전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꼬집었다.

국가대항전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식의 프레지던츠컵은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프레지던츠컵은 개최 단계부터 출전 선수가 소속된 각국 골프협회 그리고 개최국의 관련기관 등과 사전 조율하고 협조를 구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은 대회 개최 수년 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수십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KPGA 관계자는 “2010년 첫 미팅을 시작으로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수도 없이 많이 만났다”면서 “개최 장소 후보 골프장 물색부터 관계기관 미팅 등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PGA 투어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개최국에 대한 배려와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주영로 기자na187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