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진, ‘믿보배’의 무게감

입력시간 | 2018.01.14 오전 7:10:00
수정시간 | 2018.01.14 오전 7:10:00

사진=SBS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연우진은 바쁜 2017년을 보냈다. 11일 종영한 SBS ‘이판사판’을 비롯해 케이블채널 tvN ‘내성적인 보스’, KBS2 ‘7일의 왕비’ 등 미니시리즈 3편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미니시리즈 1편당 제작기간이 3~4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내내 쉼 없이 ‘소처럼’ 일한 셈이다.

놀라운 점은 각각 입체적인 캐릭터다. 다작 배우의 딜레마는 이미지 소모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맡아도 종종 “색다르지 않다”는 덫에 걸린다. 새로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과 의욕으로 오히려 실력을 발휘하지 사례도 있다. 연우진은 ‘이판사판’의 사의현, ‘7일의 왕비’의 진성대군, ‘내성적인 보스’의 은환기를 전혀 다른 인물로 표현하며 전작의 기시감을 말끔히 씻어냈다.

특히 세 인물 모두 감정의 진폭이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인물이 아니었다. 연우진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반영한 듯 극단적인 설정에서 벗어나 있었다. 특히 사의현은 법과 양심대로 소신껏 판결하는 정의로운 판사였다. 자칫 전형적인 설정에 머물 수 있었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풍성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드라마는 길을 잃었지만, 박은빈과 연우진 등 주인공들은 흔들림 없이 캐릭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사진=SBS, KBS

연우진은 2009년 영화 ‘친구 사이?’로 데뷔했다. 이후 KBS2 ‘신데렐라 언니’(2010), MBC ‘몽땅 내사랑’(2010), KBS2 ‘오작교 형제들’(2011) 등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KBS2 ‘드라마 스페셜-보통의 연애’(2012)와 tvN ‘연애 말고 결혼’(2014)은 연우진이 로맨스에 탁월한 배우인지 말해준 작품이었다. ‘보통의 연애’는 그해 ‘KBS 연기대상’ 남자 연작단막극상 연작부문상까지 안겨줬다.

배우 연우진에 비해 인간 김봉회는 의외로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예능으로 호감도와 친근함을 쌓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예능은 2014년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정도다. 그마저도 독특한 본명이 새삼 주목받은 정도였다. 지난해 3편의 미니시리즈를 선보였지만, 그 전에는 1년에 1편의 작품 정도였다. 꾀를 부리거나 편법을 쓰기보다 오로지 실력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성적인 보스’ 종방 인터뷰 당시 “인간 연우진으로 살 때 지루하다고 느낀다. 연기는 끊임없이 나를 변화하게 하는 동력이 되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 안에서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발산하는 배우. 연우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윤지 기자ja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