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가구 목동아파트에 매물 '0'…무슨 일 있나?

입력시간 | 2017.12.13 오전 10:58:24
수정시간 | 2017.12.13 오후 7:20:09
  • 부동산 중개 주도권 놓고 네이버와 중개업계 '전쟁'
  • 중개업계, 네이버의 '우수활동중개사' 인증제에 반발
  • "부동산 중개업을 포털에 종속시킨다"..등록 매물 내려
  • 네이버 "허위 매물 없애고 정확한 정보 제공 위한 것"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총 1858가구로 이뤄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우며 서울 재건축시장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아파트다. 하지만 인터넷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려져 있는 매물은 9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전세 물건이 7개, 월세가 2개로 매매 물건은 단 한 건도 없다.

부동산 중개사업계와 네이버가 온라인 부동산 중개 주도권을 놓고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11월 15일부터 실시한 우수활동 중개업자 인증제에 공인중개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중개업계는 네이버가 우수활동 중개업자 제도를 미끼로 결국 부동산 중개업을 포털에 종속시킨다고 주장한다. 반면 네이버는 허위 매물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중개업계 ‘네이버에 매물 안 올리기’ 집단 행동

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7단지 공인중개사무소 100여곳은 올 연말까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양천분회장 이병무 부동산114 공인중개사는 “네이버가 실시하는 우수활동중개사 제도에 항의해 ‘네이버에 매물 안 올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이달까지 운동을 진행한 후 향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는 매달 1일 네이버에서 직전 3개월 동안의 거래 성적을 바탕으로 진정성이 높은 매물을 많이 올리고 거래 완료 처리를 활발하게 한 중개사를 선정하는 제도다. 상위 5% 이내 최우수 중개업소는 네이버에 매물을 올릴 때 이름 옆에 분홍색 마크가, 상위 15% 이내 우수 중개업소에는 남색 마크가, 상위 30% 이내 준우수 중개업소에는 하늘색 마크가 각각 뜬다. 상위 30% 안에 들지 않은 중개업소는 마크가 없다. 또 3개월간 허위 매물로 판단된 물건을 3개 이상 올리거나 허위 매물을 리스트 상단에 올릴 경우 우수활동중개사 마크가 즉시 제거되고 6개월간 중개사 점수가 0점 처리된다.

네이버는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매물 하나를 공인중개사 여럿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개하는 상황에서 해당 물건이 거래되면 빨리 다른 공인중개사들이 물건을 내리도록 하고 손님을 유도하기 위한 소위 ‘미끼상품’을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포털에 등록된 매물 가운데 고객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한 건수는 3375건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중개업소의 ‘성적’을 매긴다는 것에 중개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인중개협회는 네이버 측에 “허위 매물 근절이라는 명분 아래 법적 의무사항도 아닌 고객의 연락처와 등기부등본 등의 상세정보를 요구하고 제출 여부에 따라 차등(별 마크)을 두고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제도 중단을 요구한 상태다.

공인중개사들도 각각 집단행동에 나섰다. 목동·고양·세종 등에서는 네이버에 매물 올리지 않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잠실주공5단지와 부산 연제구 일대 등은 우수활동중개사 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서울 잠실동 I공인 관계자는 “네이버의 말을 잘 듣는 중개사들에게는 혜택을, 그렇지 않은 중개사들에게는 역차별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월 50만원 광고비 지출…부동산 플랫폼 ‘전쟁’

중개업계와 네이버의 갈등은 현재 부동산 중개업계가 처해 있는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중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면 부동산 거래량은 크게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사가 네이버에 매물을 한 건 올리는데 드는 비용은 400~3300원 정도다.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며, 많이 올릴수록 매물 등록 비용이 줄어든다. 다만 상위 노출을 하기 위해서는 1건당 2만~3만원 정도의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네이버 인증 매물이라는 표시를 달기 위해서도 1건당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공인중개협회 관계자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음·직방·다방 등까지 포함하면 공인중개사 한 명이 매월 지출하는 광고비는 매월 50만원 정도”라며 “중개망이 많아지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영업비용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사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중개정보앱인 ‘한방’을 만들었지만 온라인상 부동산 중개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에서부터 사무실(오피스)·상가와 같은 상업용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전 영역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부동산은 PC+모바일 이용자 점유율 46.12%(코리안 클릭)로 부동산 플랫폼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본래 원룸과 오피스텔 임대차 중개를 주로 하던 직방은 최근 아파트시장 정보 제공에 나섰고, KB국민은행이 역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강점을 내세워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개업계와 네이버의 갈등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인터넷을 통한 아파트 매물 정보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시세 및 매물 현황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 실제 공인중개사무소와의 거래는 부동산114, 닥터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정책업체(CP)와 이뤄진다”며 “우수활동중개사 도입으로 네이버만 배를 불린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공인중개업계와의 소통을 거쳐 내년 초 업게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다슬 기자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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