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대변인인가"…청년 회계사의 쓴 소리

입력시간 | 2019.11.29 오전 5:30:00
수정시간 | 2019.11.29 오전 5:30:00
  •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인터뷰
  • "회계개혁에 따른 부담은 감사인 아닌 기업이 져야"
  •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는 미봉책"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기업의 감사부담 완화’라는 표현이 가득한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같이)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청공회) 회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들은 자꾸 편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려 하고 금융당국은 이런 기업들 편에 서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촉발한 회계제도 개혁을 완수하기는커녕 퇴색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청공회는 지난 2012년 10년 차 이하 회계사들이 결성한 임의단체로, 지난 2016~2018년 회계개혁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청공회는 감사인 지정제 전면 도입을 주장했지만, ‘신 외부감사법’에도 기대를 거는 쪽이었다.

어렵사리 절충안을 도출한 회계개혁이 진척되는 데 힘을 실어주고자 최근 들어 회계업계나 금융당국에 ‘쓴소리’도 자제해 왔다. 행여 추진동력이 약해질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작심한 듯 금융위 산하 ‘회계사자격제도 심의위원회’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식 논평을 내며 대외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선발인원의 증가로 젊은 세대에게만 경쟁을 강요하기 이전에 자격제도의 정년 도입과 같이 기성세대가 권력을 내려놓는 자격제도의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2~3년 회계개혁 이행 여부를 지켜보면서 증원을 결정해도 늦지 않음에도, 금융당국이 조급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심의위는 지난 18일 청공회 반대를 무릅쓰고 2020년 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올해(1000명)보다 100명 늘어난 1100명으로 의결했다. 지난해에도 850명에서 1000명으로 150명 늘리는 결정을 했고 이에 반발한 현직 회계사들이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시위를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서인지 아직 잠잠하다”며 “올해는 다행히 늘어난 인원을 회계법인에서 수용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는 한 번 늘리면 줄이는 건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심의위원장)이 2022년 이후 감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감원 계획은 빠져 있다. 어찌 보면 책임 떠넘기에 가깝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심의위 내부 토의, 외부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해 적절성을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 표준감사시간제 등 개혁적인 제도들이 빛을 보기도 전에 빛이 바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금융당국이 기업에 부담을 줄여준다는 미명 하에 기업들 아우성을 들어주고 있다”며 “하위군 감사인으로 재지정 요청을 허용한 건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계 부담을 감사인이 아니라 기업이 지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규제가 집중돼야 하는 건 감사인이 아니라 기업”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금융당국이 기업 편만 들어주다 보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회계사들이 아니라 정보 이용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외부적인 회계개혁에 발맞춰 진행돼온 회계업계 내부개혁도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제도를 바꾸면 현실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2년을 관찰하면서 든 생각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었구나’였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내부개혁에 속도를 내온 ‘빅4’조차 “과거 인력 유출로 허리가 없는 상태로 일하고 있어 불안한 측면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회계개혁이 안착하려면 외부 감사 필요성 등 인식 개선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욱 기자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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