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니콘]②유니콘 부활, 지주사 CVC 허용 등 절실
- 쿠팡·크래프톤·야놀자·무신사 등 국내 유니콘 기업
- 공통적으로 美·日·中 등 해외에서 수천억 투자 유치
- 유니콘 다시 활발히 나오려면 일반지주사 CVC 허용 필수
- "규제 방식 역시 포지티브→네거티브 바꿔야" 지적도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여온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수가 올해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 보유국 순위에서도 5위에서 독일에 밀리며 현재 6위로 하락한 상황이다.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변수를 만나면서 국내 벤처투자 자체가 위축한 게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다시금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활발히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 허용을 비롯해 규제 완화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유니콘 기업’ 5개 추가, 올 들어선 ‘제로’
2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유니콘 기업에 신규 등록한 총 44개 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유니콘 기업 수 기준으로 이날 현재 한국(10)은 △미국(225) △중국(122) △영국(25) △인도(20) △독일(13) 등에 이어 6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만 해도 독일과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독일이 올 상반기에 비행 택시 업체 ‘릴리움’(Lilium Aviation) 등을 추가하며 단독 5위에 안착한 상황이다.
유니콘 기업은 미국 카우보이벤처스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에일린 리가 2013년 당시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부른 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누적 수는 2014년 2개사에서 2017년 3개사, 2018년 6개사 등 최근 몇 년 새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는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 등 5곳을 대거 추가하면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수는 총 11개로 늘어났다. 이 중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로 매각되면서 유니콘 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통상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경우 유니콘 기업을 졸업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에서 신규 유니콘 기업이 자취를 감췄다. 현 추세라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내년까지 유니콘 기업 수 2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중기부는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 일환으로 지난해 △컬리 △리디 △블랭크코퍼레이션 △힐세리온 등 27개사를 ‘예비유니콘’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예비유니콘은 수년 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할만한 업체를 뽑아 업체당 최대 100억원까지 특별보증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들 예비유니콘 중에 현재까지 유니콘 기업에 등록된 사례는 없다. 그나마 마켓컬리가 지난 5월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아캐피탈 등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로 ‘시리즈E’ 투자를 유치, 기업가치 약 8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근접했을 뿐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추가로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벤처투자가 위축한 영향이 클 것”이라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 수가 40여개 늘어난 것을 봤을 때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벤처투자 정책과 함께 벤처생태계 선순환구조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유니콘 부활 위해 일반지주사 CVC 허용·규제 해소 등 필요해
우리나라에서 다시 유니콘 기업이 활발히 나오기 위해선 우선 벤처투자 심리가 회복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벤처투자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벤처투자는 전년 3조 4249억원보다 25% 증가한 4조 2777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벤처투자는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7789억원보다 4.2% 줄어든 7463억원에 머물렀다. 올 2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전체 벤처투자 역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국 내에서 대규모 벤처투자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되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만 29개 유니콘 기업을 추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유망한 벤처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 일반지주사의 CVC 설립 허용이 필수다. 그동안 유니콘 기업이 된 업체들은 ‘시리즈D·E’ 등 수천억대 투자는 모두 해외에서 조달했다. 실제로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 야놀자는 미국 부킹홀딩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할 수 있었다. 일반지주사의 CVC 설립을 허용할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되는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 바람과는 달리 현재 일반지주사의 CVC 설립 허용은 표류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대기업 지주회사 내 CVC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하고 경제력이 대기업에 집중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SK와 LG 등 지주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에 CVC를 설립하고 해외 유망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투자 등을 진행 중이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그동안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사례는 전무하다”며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유니콘 기업이 되고, 아울러 대기업이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 플랫폼 등을 공유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일반지주사의 CVC 설립 허용은 필수”라고 했다.
유니콘 기업이 나오기 위한 조건으로 규제 완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지티브 규제를 미국과 중국처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 글로벌 O2O 비즈니스모델은 국내에서 숙박업법과 운송법 등에 막혀 불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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