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빨래 널어 쓸쓸한 날…김진성 '내일이 오고'

입력시간 | 2019.08.15 오전 12:45:00
수정시간 | 2019.08.15 오전 12:45:00
  • 2019년 작
  • 물감 채색 사이 무수히 색선 그어
  • 풍경으로 섞지 못한 그리움 표현
  • 버리고 털어낸 뒤 고른 순한 풍경

김진성 ‘내일이 오고’(사진=도로시살롱)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반듯하게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펄럭인다. 속 시원히 빨린 건가. 그림자까지 하얗다. 빨래도 끝냈고 그림자 만든 햇살도 나왔고 바람도 분다. 그런데 이 전경은 왜 이리 쓸쓸해 보이나.

작가 김진성은 풍경을 그린다. 압축하고 버리고 털어내서 골라낸, 순한 장면만 남긴다. 그 장면을 위해 작가는 무수히 많은 색선을 켜켜이 쌓는다. 유화·아크릴물감의 채색 사이로 끝없이 그어댄 색연필 자국이다.

색연필 때문인가. 따뜻하고 부드럽고 평온한 작품들이지만 귀퉁이에선 늘 허전함이 배어 나온다. 풍경으로 섞지 못한 그리움이 보이는 거다. 작가 자신이 됐든 주변인이 됐든 그리움의 대상은 떠나갈 길을 앞두고 있다. 때론 가야 할 길이고, 때론 가고 싶은 길.

멀찍이서 관조하듯 시선을 던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거다. ‘내일이 오고’(2019)에선 그나마 두 발은 붙들어뒀다. 얼룩한 풀밭과 하얀 천만으로 이토록 진한 풍경이 빚어졌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바람이 불었으면’(Wishing the Wind Blows)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색연필과 오일. 89.4×130.3㎝.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오현주 부장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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