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부담에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폐지 시점 ‘고심’
- 치솟는 물가에 또 통제…“최고가격제 당분간 유지”
- "국제유가 반영시 휘발유 2200원·경유 2500원대”
- 정유사 피해 불가피할 듯…업계 최대 3조 손실 관측
다만 최고가격제 시행이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정부 재정 부담과 정유업계 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제도 폐지 시점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석유최고가격 5차 지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산업통상부는 8일 0시부터 적용되는 5차 석유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7일 밝혔다.앞서 정부는 3·4차 조정에서도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공급가 상한선을 동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향후 2주간 리터당 2000원 초반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각각 2011.70원, 2006.12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중동 정세 불안과 물가 부담을 꼽았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휴전·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제유가가 일시 하락했지만,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누적 인상 요인도 남아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도 가격 동결에 무게를 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부담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2%에 달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3% 후반대까지 치솟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전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한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4월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p)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가 없었다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부는 현재 국제 석유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은 L당 2200원, 경유는 2500원 수준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통해 휘발유는 약 200원, 경유는 약 400원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의 부담을 키운다”며 “민생 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제도 시행이 장기화되면서 정유업계 손실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 규모가 3조원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해 손실 보전 재원을 마련한 상태다.
문 차관은 “정부는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100% 보전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재원 조달은 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손실 보전은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되 영업이익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5월 중 최고가격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최고가격제를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종전 여부만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국제유가 안정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앞서고 있다.
문 차관은 “국제유가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가격보다 변동성 안정 여부”라며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 민생과 물가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제를 기민하고 유연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로 불거진 원유·나프타 수급 위기를 7월까지는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5~7월 원유 도입 물량은 평시의 80% 이상, 나프타는 5월 기준 90% 이상을 확보했지만, 종전 이후에도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비중동산 원유 확대와 비축유 제도 연장 등 안정적인 수급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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