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3% 넘게 급등하면서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류가 될 6세대 ‘HBM4’를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인공지능(AI) 깐부’를 맺은 영향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27% 오른 10만 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삼성전자는 이날 프리 마켓에서 4.7% 오른 10만 9200원까지 찍으며 11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전날(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I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깐부치킨 회동’ 효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53% 하락했고, 엔비디아(-2%), 브로드컴(-2.46%), AMD(-3.59%) 등 주요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시장은 이 회장과 젠슨 황 CEO 간 ‘AI 동맹’에 주목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전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이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났다. 이어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 단상에서 황 CEO는 “이건희 선대회장은 ‘모든 한국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그 생각은 지금의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며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이튿날 삼성전자는 경북 경주 열리고 있는 APEC CEO 서밋 현장에서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류가 될 6세대 HBM4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등 HBM 사업에서 난항을 겪어 왔으나 이번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이밖에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업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삼성 메모리, 파운드리 등 제조 인프라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저장장치(GPU) 기반 AI 기술을 접목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재용 회장은 “엔비디아는 새로운 AI 시대의 선구자”라며 “그래픽카드용 D램부터 새로운 AI 팩토리까지, 우리는 새로운 미래 표준을 만드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데 있어 엔비디아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눈높이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려 잡았고, IBK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14만원으로 눈높이를 올렸다.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5만원까지 목표가를 바라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는 13만 7600원 수준이다. 종가 기준 약 28%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엔비디아 루빈 (Rubin)에 탑재될 HBM4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전망”이라며 “내년 실적은 HBM과 디램 동시 수혜로 영업이익 82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18년 반도체 상승 사이클 영업이익 (58조 8000억원)을 40% 상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전망되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류영효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그간 우려 사항이었던 HBM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고, 최근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와 메모리 시장 훈풍이 불고 있다”며 “우호적인 메모리 업황과 함께 실적 개선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