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 임기, 헌법상 명확히 제한”…연임 논란에 직접 언급(종합)

입력시간 | 2026.09.09 오후 9:19:52
수정시간 | 2026.09.09 오후 9:19:52
  • 프랑스 동포간담회서 자신의 임기 직접 거론
  • “정상외교 빨리 시작해야 성과 오래 누릴 수 있어”
  • 브라질서도 ‘임기 후반엔 활용 어려워’ 강조
  • 4년 중임·연임제 개헌론 속 발언 나와 주목
  • 연임 포기 명시하진 않아…정치권 공방 이어질듯
[파리=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 여권발 개헌론을 둘러싸고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연임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임기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어서, 이날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임기 초부터 해외 순방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쨌든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결국은 빨리 시작을 해야 그 효과를 오랫동안 누릴 수가 있다”면서 “임기 후반에 가서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어도 그때는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가 가능하면 방문한 국가마다 교민들, 여러분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발언 자체는 정상외교를 통해 마련한 경제·안보 협력의 성과를 임기 중 충분히 활용하려면 집권 초반부터 해외 순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브라질 동포간담회에서도 “임기 후반이나 끝에 가서 다니면 무엇을 하겠느냐”며 “그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도 크게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임기 초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자신의 임기를 두고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대통령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 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자신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인사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연임하지 않겠다고 좀 더 명시적으로 밝히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도둑질하지 않겠다는 말을 굳이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청와대도 이를 근거로 개정 헌법을 이 대통령에게 적용해 연임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의 발언이 현직 대통령 연임 논란을 키웠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을 위한 개헌 가능성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문제”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에게도 연임 개헌을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보다 적절하게 분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며 개헌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야권은 이 대통령이 직접 연임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프랑스까지 가서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 이야기를 꺼냈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주장했다”며 “대통령이 개헌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연임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지만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려는 의도냐”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헌법상 임기 제한’ 발언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간접적으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긴하다. 다만 개헌이나 연임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이 아니라 해외 순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 데다, 이 대통령이 연임 포기 의사를 명시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발언의 의미를 둘러싼 해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여권을 향해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혁명 이후 반동의 역사를 언급하며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체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는데 너무 과하게 상황을 이끌어가다 보니 소위 반동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가 넘칠 때는 절제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사람의 동의 아래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사법·언론 개혁 등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강경론을 경계하고 개혁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병서 기자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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