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를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25일 정부 금융 부문 조직개편을 철회했다.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은 현행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로 유지될 예정이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없던 일이 됐다.

당정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 정부조직 개편안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당정대는 이날 회의에서 민생. 경제회복 등 핵심 경제 현안 해결에 동력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현재 여야 대립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은 물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 조직 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의 소재가 돼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고, 야당이 금융 조직 개편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당정대는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결론 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관련 9개 법안들도 모두 패스트트랙 지정 없이 논의가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정이 추진했던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정책 기능의 재정경제부 이관,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등도 모두 철회됐다. 한정애 의장은 “(금융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이) 지금은 다 원래대로 복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추후 금융 관련 정부 조직 개편 여부도 미정이다. 이날 고위당정에서도 추후 개편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었다. 한 의장은 “오늘 거기까지 논의하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며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추후 논의를 통해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금융 부분 조직개편 철회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에 강훈식 비서실장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가운데, 금융위원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금융위 개편은 야당 반대로 할 수 없게 돼 기존대로 갈 수밖에 없는 통탄스러운 상황”이라며 “널리 이해해 주시고, 양해해 주시고,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 금융 관련 개편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상정했다. 수정안에는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기획재정부, 기획예산처 및 재정경제부 분할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및 사회부총리 폐지 △통계청→국가데이터처, 특허청→지식재산처 격상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2차관 신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차관급 기구 격상이 담겼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토론종결권을 가동해 26일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