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빚어낸 90분의 상상력...설우인 감독 “AI, 거대 자본 넘는 창작의 날개 될 것” [어쨌든 경제]

입력시간 | 2026.09.21 오전 10:04:40
수정시간 | 2026.09.21 오전 10:04:40
  • ‘100% 생성형 AI’ SF 장편 극장 개봉
  • "배우의 감정선 담아내며 ‘새로운 영화 직무’ 가능성 봤다”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짧은 숏폼 콘텐츠와 실험적 단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90분 러닝타임의 장편 상업 영화로 극장가에 입성한다. 거대 자본과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던 SF 장르의 문턱을 단 8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컴퓨터 화면 앞에서 허물어낸 인물, 바로 국내 최초 완편 AI 영화 <스틸레이>의 메가폰을 잡은 설우인 감독이다. 무용수와 연극 무대 배우를 거쳐 메가폰을 잡은 그는 “기술의 껍데기보다 이야기의 본질과 연기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모든 노하우를 쏟았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배우의 감수성으로 빚어낸 1차원적 AI의 극복

설 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무용으로 다진 신체 표현과 무대 위에서 체득한 연기 경험은 기계적인 인공지능 툴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제작 초기 구글의 AI 연기 솔루션 등을 활용했으나, 기술이 구현해내는 립싱크와 표정 연기에는 여전히 건조하고 어색한 장벽이 존재했다.

그는 기술적 간극을 채우기 위해 프롬프트의 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슬퍼하는 표정’이라는 명령어 대신, 인물의 턱 근육 떨림, 호흡의 거친 질감, 미세한 눈 깜빡임 주기와 어투의 변화까지 문장으로 상세히 설계했다. 설 감독은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AI의 학습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배우 출신인 내 눈에는 감정선의 미세한 결이 여전히 아쉬웠다”며 “기계의 일차원적인 결과물을 생명력 있는 연기로 탈바꿈시키는 수작업 디렉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회고했다.

6억 원·6개월의 혁신...‘AFX’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틸레이>의 제작 지표는 기존 영화계의 문법을 완전히 바꿨다. 통상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의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SF 블록버스터 장르임에도, 이번 작품에 투입된 순제작비는 약 6억 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핵심 기술 구동을 위한 AI 토큰 비용은 2억 원 안팎이며, 기획부터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프리프로덕션 2개월, 메인 프로덕션 4개월을 합쳐 단 6개월이다.

이러한 고효율 공정의 이면에는 철저한 시스템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8명의 AI 전문 아티스트가 장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의 외모, 의상, 조명 톤, 그리고 사물이나 배경의 손상 정도(파손도)를 단계별로 정밀하게 규정해 이미지의 연속성을 지켜냈다.

설 감독은 이번 시도를 ‘AFX(AI+VFX)’라는 독자적 개념으로 정의했다. 기존의 시각특수효과(VFX) 공정에 생성형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이다. 그는 “100% 순수 AI 생성을 넘어, 앞으로의 상업 영화 현장은 기존 영상 테크닉과 AI가 맞물리는 AFX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며 “적은 규모의 독립 팀도 거대한 상상력과 방대한 세계관을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자리 축소 아닌 ‘역할의 확장’...토종 솔루션과 제도적 뒷받침 절실

영화 산업 일각에서는 AI 도입으로 인한 현장 인력 축소와 일자리 소멸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배우 출신이기도 한 설 감독 역시 이러한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확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정이 바뀌면서 기존의 일부 물리적 노동은 줄어들 수 있으나, 콘티와 설계를 사전에 시각화하는 ‘AI 프리비즈 디렉터’, 고도화된 연출 지시어를 도출하는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컷별 비주얼의 일관성을 검수하는 ‘캐릭터 스크립터’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전문 직무들이 대거 탄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산업 전환이 건강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기반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설 감독은 ”현재 창작 현장은 해외 빅테크 기업의 도구에 종속되어 있어 모델 업데이트나 가격 정책 변경 하나에 제작비와 일정이 흔들린다“며 ▲자체 경쟁력을 갖춘 국내 AI 엔진 개발 ▲창작물 침해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저작권 가이드라인 수립 ▲인식 개선과 전문 인력 양성 교육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언했다.

10대를 위한 위한 히어로 활극, 그리고 아버지와의 콜라보 꿈

다음 달 21일 전국 스크린을 통해 정식 개봉하는 <스틸레이>는 빠른 호흡과 압도적인 비주얼을 앞세워 10대와 20대 관객을 겨냥한 SF 히어로물이다. 설 감독은 ”기술의 완결성을 검증받으려는 기술 시연회가 아니라,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온전히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 영화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의 최종 지향점은 거창한 미디어 사업가가 아닌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창작자’에 닿아 있다. 설 감독은 ”작가이신 아버지께서 오랜 세월 집필해두신 훌륭한 시나리오들을 영화화하고 싶다“며 ”진화하는 AI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해 아버지의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세상 밖 영화로 피워내는 것이 연출자로서 품은 꿈“이라고 소개했다.

‘어쨌든 경제’ 방송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설우인 감독(사진 우측)이 지난 18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설우인 감독(사진 우측)이 지난 18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유은길 기자eg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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