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는 빌리는데 픽업트럭은 안 돼…과한 규제에 막힌 소비자 선택권
- 레저 수요 커지는데…일반 렌터카 대여는 불가
- 용달업계 생계 위협 우려에 관련 논의 끊겨
- 정부, 사고 대차 실증특례…전면 개방은 난항
- 전문가 “기존 사업자 참여 보장하며 단계적 개방”

기아 타스만. (사진=기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취방을 옮기게 된 대학생 이모씨는 운전을 할 줄 알고 짐도 많지 않아 차를 빌려 직접 이사하는 걸 검토했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삿짐을 나를 정도의 수납이 가능한 소형·픽업 트럭은 법적으로 막혀 있어 아예 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대여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승용차와 일정 범위의 승합차, 캠핑용 특수차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차량을 빌려 쓰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캠핑이나 자전거 여행용으로 각광받는 픽업트럭도 규정상 화물차로 분류돼 있어 렌터카 대여가 불가능하다. 꽃집이나 마트 등 소상공인도 소형트럭이 사고·고장으로 쓸 수 없게 될 경우 대차가 제한돼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30일 자동차·렌터카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소형·픽업트럭 렌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화물차 렌탈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0100036.jpg)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커지는 픽업 시장…필요할 때 빌릴 선택지 없어대표적인 품목이 픽업트럭이다. 소비자의 아웃도어 여행이 늘어나고 있고, 완성·수입차 회사가 그 수요에 맞춰 라인업도 다양화하며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24년 1만 3954대였던 국내 픽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2만 4998대로 약 79% 커졌다. 현재 판매 중인 픽업트럭 라인업도 기아 타스만과 KG모빌리티 무쏘(무쏘EV)를 비롯해 GMC 시에라,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10종 남짓이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 일상용 차를 우선하기에 가끔 쓸 목적의 픽업트럭을 추가로 구입하는 건 현실적으론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론 렌탈이 가장 좋지만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자동차·렌터카업계에선 이에 수년 전부터 화물차 렌탈 규제를 해소하려 했다. 대표적으로 2023년 정부의 규제 해소 논의 과정에서 최대적재량 0.7톤(t) 이하, 승차정원 4~6명 이내의 소형트럭에 한한 렌탈 허용이 논의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KGM 무쏘. (사진=KGM)
용달업계 생계 우려…사고 대차만 제한적 허용이 같은 논의의 발목을 잡은 건 화물업계의 반발이다. 화물업계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전국 약 16만의 용달 사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법 개정 논의를 막아섰다. 화물업계의 영역과 무관한 캠핑카 렌탈은 허용됐지만, 같은 목적의 픽업트럭 렌탈이 막힌 것도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결국 관련 법 개정안은 재작년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고 22대 국회 땐 관련 법안 발의 자체가 없어졌다.
렌터카업계는 이후 화물·픽업트럭 렌탈이 소형 화물업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우려를 완화하고자 소형 화물차를 뺀 픽업트럭만 허용해 달라거나, 소상공인 자가 화물차의 사고·고장 때의 대차만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화물업계는 요지부동이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평소 자기 화물차로 배송하던 소상공인이 수리 기간에 대체 차량을 쓰는 경우나, 레저 장비를 싣기 위해 픽업트럭을 빌리는 경우는 일반적인 용달 수요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가 픽업트럭은 예상 대여료를 고려하면 단순한 화물 운송 때문에 이용할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화물업계의 우려를 이유로 소비자의 다양한 이용 수요를 무조건 제한하는 건 전체 소비자의 편익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아예 손을 놓은 건 아니다. 국토부는 2024년 이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소형 화물차의 사고·고장에 따른 대차는 일부 사업자에게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여 제도로 자리잡으려면 화물업계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기존 사업자도 대여시장의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업종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수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용달사업자들에게 유휴 차량을 활용해 렌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기존 렌터카 업체의 진출은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방식의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업계도 화물차 렌탈 허용을 일감 감소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까지 열린 시각으로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GMC 시에라. (사진=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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