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입법' 아니라지만…정말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인가

입력시간 | 2025.12.06 오전 5:27:10
수정시간 | 2025.12.06 오전 5:27:10
  • 與, 대법원 강력 반대에도 연내 사법제도 개편 '속도전'
  • 盧 '협치개혁' 전례 외면…사회적 논의 없이 나홀로 입법
  • 내란특판·대법관증원·재판소원, 부작용→국민 피해 직결
  • "사법개혁 필요하지만, 정치적 이해 앞세우면 '개악'일뿐"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내란특별재판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도입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여당이 이달 중 이를 포함해 사법제도 개편안을 모두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법원행정처 폐지 등 대다수가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임에도,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 입법을 밀어붙일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란특판,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내 강경파들이 사법제도 개편안의 연내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이 나오긴 쉽지 않다는 것이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의 전망이다.

그동안 사법제도 개편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을 고려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통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법제도 개편 과정에선 이 같은 전례를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 준비 과정에서의 공론화 과정도 ‘우호적 패널’ 위주의 형식적 절차에 그친 바 있다.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전, 사법제도 개편안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민주당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지자 이를 “사법내란”·“사법쿠데타”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사법제도 개편안에 시동을 걸었다.

본격적인 공식 대선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당시 판결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선고됐다. 민주당은 그동안 판결에 대해 온갖 음모론을 주장해왔다.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이 대표적으로,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출마선언에 맞춰, 조희대 대법원장이 유죄 취지 선고 시기를 잡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끝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李판결 이후 ‘사법 쿠데타’ 규정…온갖 음모론 앞세워

이 같은 음모론이 성립하기 위해선 조 대법원장 외에 당시 유죄 취지 의견을 낸 대법관 9인이 조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에선 “절대 성립할 수 없는 가설”이라고 일축한다. 최고 법률가인 대법관들이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장의 지시를 따른다는 주장 자체가 사법제도에 대한 무지라는 지적이다.

수많은 음모론 속에서 민주당은 5월부터 사법부를 겨냥한 입법 압박을 거세게 이어갔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법제도 개편 논의는 5월 말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을 내걸었던 정청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후 사법제도 개편안 논의는 다시 본격화됐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긴급의원총회 열고 대법원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식요구한 민주당은 사법제도 개편안 추진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정 대표는 6일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누구 때문인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참으로 뻔뻔하다”고 말하며, 이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복입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정 대표는 “(보복입법이란) 말은 너무나 우습다. 예산과 인력을 늘려주는 보복이 어디 있나? 그런 보복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사법제도 개편이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는 사법부에 대해 예산과 인력이 늘려주는 것이니 문제없다는 해명은, 논점이 완전히 엇나간 것이다.

촘촘한 설계 필수인데…與 ‘연내 입법’ 속도전에만 매몰

추진 배경과 별개로 민주당은 사법제도 개편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없는 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생략하고,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독단적으로 사법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며 스스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국민들의 권리보호와 직결되는 제도에 대한 촘촘한 설계는 외면한 채 ‘연내 입법’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속도전에만 치중하는 형국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민주당 입장에서 대법원장과 사법부가 미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응방식이 사법제도에 손을 대는 것은 대상이 잘못된 것”이라며 “사법제도가 잘못되면 궁극적인 피해자는 사법부가 아닌 국민이다. 개인이 아닌 제도에 대한 공격은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실제 민주당 추진 사법제도 개편안 내용에 대해선 법조계 우려가 상당하다. 우선 내란특판과 법왜곡죄의 경우 법사위에서 의결이 되자 법조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내란특판의 경우, 특정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 선정에 외부 인사가 관여한다는 점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내란특판은 △영장심사 △1심 △2심 재판부 보임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법원 외부 인사(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가 3분의 2를 추천한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통상 무작위로 이뤄지는 사건배당과 달리 사건이 임의로 배당된다는 점 역시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검찰·언론 개혁과 함께 사법개혁을 3대 개혁의 일환으로 내걸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를 향한 고강도 앞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내란특판 도입했다가 ‘위헌’으로 尹 풀려나면 누가 책임지나

이 같은 위헌 논란은 내란 재판의 향방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사건 피고인들의 재판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내란 척결’이라는 민주당의 입법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위헌으로 재판이 무효로 됐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법왜곡죄 역시 사법제도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안이다. 막연한 구성요건 때문에 수사 및 재판에 관여하는 판사, 검사, 경찰까지 무차별 고소·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지적이다.

가령 대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하급심 판사가 곧바로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수사 결과가 검찰에서 뒤집히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도 모두 판·검사들이 줄줄이 고발당할 수 있다.

법원에서 매년 판결·결정을 약 600만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거의 모든 판·검사가 잠재적인 피의자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판·검사들이 어려운 사건을 회피하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법조계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법원행정처 폐지 역시 사법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민주당은 마찬가지로 사회적 논의 없이 연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현재 14인(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을 26인으로 순차 확대하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증원되는 대법관 전원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사법부 장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대법관이 증원될 경우 상고심 지원을 위한 우수 법관의 재판연구관 보임이 대폭 확대될 수밖에 없어, 하급심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1·2심 재판을 받게 되는 국민들이 질적으로 저하된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재판소원 도입 시 사실상 4심제…“소송 비용 폭증” 경고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재판제도는 사실상 4심제로 개편된다. 민주당은 대법원에서 민사사건 ‘심리불속행’ 비율이 70~80%에 해당하는 점을 근거로 ‘국민 재판권 침해’라며 재판소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지난 10월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현장 국정감사 도중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안내를 받아 대법정 법대 위에 올랐다. (사진=주진우 의원 SNS)

하지만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실제 헌재 심리를 받게 되는 사건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24년 기준 대법원에서 처리한 본안 사건만 5만 5000건에 달한다. 비송사건을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중 재판소원을 통해 헌재에서 심리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은 연 100건 이하가 유력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심리불속행처럼 별도 심리 없이 기각될 것이다.

반면, 국민들의 소송기간과 비용은 그만큼 증가한다. 대법원이 “서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소송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아울러 사법행정 총괄기구인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외부인사가 과반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법관의 인사권이 법원 외부 인사들에게 좌지우지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법관 임명권을 대법원장이 갖도록 하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외부인사가 법관인사를 통해 재판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 미워도, 사법제도 함부로 손대면 부작용 막심”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사법개혁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를 앞세워 사법제도를 개편하려 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당 단독이 아닌, 이제라도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에 성공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최종영 대법원장과 사법개혁 공동추진에 합의하며, 협치를 통한 사법개혁의 전례를 남겼다. ‘선출 권력 우위론’이 아닌 헌법기관으로서의 사법부를 존중하고 철저하게 사법개혁의 파트너로 인정한 사례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5부 요인 오찬에서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당 주도의 사법제도 일방 개편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광범 기자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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