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당근마켓·직방 꿈 무럭…예비·아기유니콘 97곳 날갯짓

입력시간 | 2021.08.31 오전 5:01:00
수정시간 | 2021.08.31 오전 7:19:03
  • [비상하는 유니콘]②올해만 4개 등극…작년 2개 대비 증가
  • 예비·아기유니콘 성장세도 주목…유니콘 기업 디딤돌 역할
  • 정부, '제2 벤처붐' 정책 지원…'글로벌 4대 벤처강국' 목표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당근마켓 전신 ‘판교장터’는 지난 2015년 판교지역 중심의 중고거래 서비스로 첫발을 내디뎠다. 2018년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국 서비스에 나서며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변신을 꾀했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2018년 50만 명에 불과하던 월간 이용자 수는 현재 1500만명을 돌파했다.

대규모 투자도 이어졌다. 당근마켓은 최근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총 227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했다.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한다. 이로써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기업들과 제휴 영역을 넓혀 나가고 부동산·중고차·일자리와 같은 지역 서비스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기술 투자도 지속,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개발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벤처기업이 국내 경제 생태계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물론,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하는 예비·아기 유니콘들도 착실히 성장해나가고 있다.

정부도 미국·중국·인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4대’ 벤처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경쟁력 강화 △벤처 투자 시장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 등 3대 분야에 걸친 해법도 제시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올해 유니콘 등극만 4개…창업·벤처 지표도 ‘쑥’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곳은 총 4개다. 부동산과 기술을 결합한 프롭테크 업체 직방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 두나무,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 컬리 등이다. 여기에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까지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각각 미국 뉴욕증시와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유니콘 기업을 벗어난 쿠팡을 제외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15개가 된다. 이는 역대 최대다. 지난 2017년 3개에서 5배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쏘카 등 2곳이 등재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유니콘 기업 증가세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유니콘 기업의 성장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예비·아기 유니콘이다. ‘케이(K)-유니콘 프로젝트’의 일원이던 직방이 유니콘 기업으로 탄생하는 등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란 유니콘 후보기업을 집중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민관합동 활동을 말한다. 중기부는 기업가치 1000억원을 기준으로 이를 넘는 곳 가운데 예비유니콘을, 1000억원 미만이면서 업력이 7년 이내인 곳 중 아기유니콘을 선정해 지원한다.

실질적 성과도 내고 있다. 40곳의 ‘아기유니콘 200’ 참여기업 평균 매출액은 2019년 33억 5000만원에서 2020년 83억 5000만원으로 150%가량 늘어났다. 57개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참여기업의 평균 매출액도 2019년 197억 2000만원에서 2020년 294억 9000만원으로 50% 증가했다.

총 97개의 예비유니콘·아기유니콘 중 과반이 넘는 50개 기업이 총 1조 1872억원의 후속 투자도 유치했다. 각 사가 K유니콘 프로젝트 신청 이후 올해 5월까지 달성한 신규 고용은 아기유니콘 830명, 예비유니콘 2556명에 달한다.

유니콘기업 및 예비·아기유니콘이 성장함에 따라 창업·벤처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반기 역대 최대인 3조 730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85%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투자가 이어지면 연간 최소 5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에 고용보험 가입자 정보제공을 동의한 벤처기업 3만 5482개사는 총 70만 201명을 고용했다. 이는 같은 기간 4대 그룹 상시 근로자 수 69만 800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고용 측면에서 벤처기업의 경제적인 기여도가 4대 대기업 그룹과 유사한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난 말 대비 3.9% 더 늘어난 72만 7498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기술 벤처기업이 커가는 추세는 긍정적이다. 외형뿐 아니라 질적 성과를 함께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규모가 큰 유니콘 기업은 자생력을 키우고 정부는 예비유니콘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잘 헤아려 지원할 것은 해주고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부, 경쟁력 강화·투자 확대·회수시장 활성화 지원책 마련

정부도 이른바 ‘제2 벤처붐’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인재확보를 위해 벤처 기업이 폭넓게 스톡옵션을 발행·활용할 수 있도록 부여 대상 등 발행 요건 완화를 검토한다. 비과세 혜택을 기존 행사이익 기준 3000만원 한도에서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게 대표적이다. 2027년 예정이던 벤처특별법 일몰제도 폐지한다.

위험 부담이 큰 창업 초기 분야를 정부가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창업초기펀드도 조성한다. 모태펀드 내 인수·합병(M&A) 펀드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2배로 확대, 기업의 인수자금 마련을 돕는 등 회수시장 활성화에도 나선다.

다만 숙제도 남아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이 플랫폼 분야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핀테크나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AI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형 산업에 주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풀어야 할 규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 대표적이다. 대형투자와 M&A 등 스케일업·엑시트 활성화를 위해 국내 대기업 자본을 벤처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문이 업계에서 이어진다.

나수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가장 큰 비중으로 증가하는 세계적 트렌드와 흐름을 달리하는 이유를 규제 측면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돈이 얽힌 문제라 예민하지만 샌드박스 모델로 문제가 없다고 증명된 혁신 금융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기자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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